소속감 좇는 대학생, '과잠'에 열광

이종희 기자 2012. 1. 1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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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1학년 손모씨(20)는 지난해 3월 입학 직후 학과 학생회에서 "과점퍼(과잠)를 주문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선택 여부는 자율이었지만 대학에 들어와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던 손씨에게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나중에 보니 대부분의 신입생들이 과잠을 주문했다. 손목에는 자기 이름 이니셜이나 자신만의 개성적 문구가 자수로 새겨졌다. 손씨는 "'과잠'을 입으니 비로소 진짜 대학생이 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중·고교생에게 '노페(노스페이스)'가 인기라면 대학가에선 과점퍼 바람이 불고 있다.

학교·학과 이름이 새겨진 야구점퍼에 이어 최근에는 바람막이용 점퍼까지 등장했다. 연세대 인근에서는 10명 중 2~3명의 학생들이 가슴에 학교 이름의 이니셜 'Y'가 새겨진 과점퍼를 입고 다닐 정도다.

이화여대(왼쪽)와 한양대의 과점퍼

이태원의 한 단체복 전문점 주인은 "2007년 서울대·연대·고대를 중심으로 주문이 시작됐는데 최근에는 거의 모든 대학교에서 과점퍼를 단체로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체복 전문 온라인쇼핑몰 ㅎ사 관계자는 "새학기가 시작되면 학과·동아리마다 20~50벌씩 주문이 들어오는데 1년에 5만벌쯤 팔리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과점퍼에 열광하는 이유로 공동체 의식을 꼽았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전 학생회장 이규진씨는 "신방과 학우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면서 "신입생들은 과점퍼를 받고서 '대학에 들어왔구나'라는 사실을 실감하고 학과에도 애착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점퍼는 학교·과 이름을 드러냄으로써 타 대학과 자신을 구별짓는 용도로 사용된다. 명문대생들 중에서는 자부심·우월감을 과시하기 위해 과점퍼를 입는 경우도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디에도 닻을 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는 대학생들이 일개 점퍼에 불과한 '과잠'을 통해 집단의 정체성과 동질성을 확인하고, 동시에 외부와의 차별성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강진숙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근 대학생들은 집단·소속감을 표현할 문화가 없다"며 "과잠이 이미 비어버린 공동체 정서라든지 공동의식까지 채워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점점 희미해지는 공동체 의식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 이종희 기자 jhlovesyou@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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