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영의 사회심리학]애정남 효과, 새로운 규범을 만들다

전우영 2011. 12. 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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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영(충남대학교 심리학과, '심리학의 힘 P'의 저자)

[이데일리 전우영 칼럼니스트]개그맨 최효종이 대표로 있는 '애정남(애매한 것 정해주는 남자)'의 전성시대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자주 부딪치게 되는 애매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를 알려주는 '애정남'은 시청자들에게 매주 큰 웃음을 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 '애정남'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개그콘서트'의 코너 중 하나라는 것을 감안하면, '애정남'은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애정남'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웃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애정남'의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는 이 코너가 실제로 삶의 여러 장면에서 직접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지하철에서 얼마나 벌리고 있어야 '쩍벌남'이라고 할 수 있나요?" 지난 일요일에 '애정남'이 답을 준 시청자들의 질문 중 하나다. 지하철에서 다리를 과도하게 벌리고 앉아서 옆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아예 다른 승객들이 옆 좌석에 앉는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사람을 일컬어 '쩍벌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다리를 벌려야 과도하게 벌린 것일까? '애정남'의 최효종 대표가 다리 벌리는 각도를 정해줬다. "사람 한 명이 (벌린 다리 사이로) 못 들어온다, 괜찮아요. 한명이 들어올 수 있다, '쩍벌남'이에요."  사람들 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소통하려는 동기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소통하려는 기본적인 동기가 있는 사람들조차 상호작용 과정에서 갈등에 이르게 되는 경우들이 자주 발견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두 사람이 동일한 주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전제나 정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다리를 어느 정도 벌려야 괜찮을지에 대한 기본 전제가 서로 다를 때, 똑 같은 각도로 벌어진 다리에 대해 사람들은 서로 상반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봤을 때 최선을 다해서 오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다리의 각도가 다른 사람에게는 '쩍벌남'으로 규정될 수 있을 정도로 넓어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예절이나 에티켓을 포함해서 규범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애매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를 정해주기 때문이다. 규범은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면서 구성원들 사이에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생긴 것을 말한다. 규범이 존재하고 있는 덕분에 우리는 동일한 전제를 가지고 상대방과 소통할 수 있다. 기본적인 전제에 대해 합의하기 위해서 서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갈등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합의된 규범에 따라 행동하는 사회에서는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지게 마련이다.  과거에 비해 우리사회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문화적 상황을 끝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새로운 규범이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사회의 변화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 결과, 새로운 사회적 상황은 존재하지만, 그 상황에 적합한 규범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들이 생기게 된다. 규범이 제공하는 동일한 전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은 오해와 갈등을 야기할 확률이 높다. 최근 들어 우리사회에서 상호작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빈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변화된 새로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합의된 규범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애정남'은 우리에게 웃음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규범을 매우 빠른 속도로 제작해서 공급하는 역할을, 그들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애정남'은 사실 규범 만드는 남자들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굉장히 애매한 것들 때문에 서로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애매한 것들을 지금부터 정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코너의 시작 멘트처럼 '애정남'이 만들어 낸 규범들이 사람들 간의 오해와 갈등을 실제로 줄여준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우영 (wooyoung@cnu.ac.k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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