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에 장기기증 새 삶 주고 高1 기석이는 그렇게 떠났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태현(51)씨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고 애썼다. 억지웃음을 짓는 그는 아들 기석(16· 사진)이를 떠나보내는 참이었다. 부자(父子)는 특별히 사이가 좋았다. 키 182㎝의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은 아침저녁으로 아빠와 포옹하던 아이였다.
"우리 아들, 아빠가 나중에 하늘나라에 갈 때 무슨 선물을 사가지고 갈까?" 김씨는 이 말을 하면서 끝내 눈물을 쏟았다.
기석이가 쓰러진 건 지난 2일 저녁이었다.
병명은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뇌출혈. 김씨는 며칠 전부터 기석이가 "머리가 아프다"는 말을 한 것이 떠올랐다. 할아버지와 고모가 뇌출혈로 세상을 떴지만, 10㎞ 단축마라톤을 뛰는 건강한 아들이 갑작스레 쓰러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6일부터 시작되는 기말시험 공부 때문이라고 넘긴 것이 후회될 뿐이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김씨는 이튿날인 3일 오전 11시쯤 의사로부터 "동공이 8㎜ 중 7㎜ 정도 열렸다"는 설명과 함께 사실상 뇌사 상태라는 진단을 받아들었다.
멍한 머릿속에 갑자기 아들의 모습이 들어섰다. 속 깊은 아들. 3년 전 김씨의 사업이 어려워진 뒤엔 어머니 김혜영(43)씨가 근무하는 학습지 지국에서 전단을 받아 온종일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해준 아들, 아르바이트로 5만원을 벌어 모시고 사는 할머니에게 1만원을 용돈으로 드리던 아들, 쇼핑몰에서 산 3만원짜리 점퍼에 감사해하던 아들이 눈물로 흐려진 김씨의 눈앞에 있었다. 장기 기증으로 아들이 이 세상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워있는 기석이 모습을 보니 아주 예쁘고 편안하더군요. 기석이의 장기가 다른 분들에게 이식돼서 못다 산 삶을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기 기증 의사를 전한 뒤 이날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병원 측의 배려로 중환자실에서 선생님, 친구, 친척들과 마지막 인사 시간을 가졌다. 급히 연락을 받고 온 제주의 외가 식구들까지 200여명이 기석이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봤다.
지난 4일 오전 9시 9분 최종 뇌사 판정이 내려졌고,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심장과 간, 폐, 췌장, 신장 2개를 떼어내는 수술이 진행됐다. 말기 질환 환자 6명이 기석이의 장기로 새 삶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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