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원 모어 씽' 스티브 잡스 전기 나왔다

2011. 10. 2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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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현지시간) 영면한 애플의 공동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남긴 최후의 'And One More Thing(그리고 하나 더)'이 나왔다.

'타임' 전 편집장이자 CNN 전 CEO인 월터 아이작슨이 쓴 전기 '스티브 잡스'가 24일 오전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20여개 국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한국어판은 전문 번역가 안진환 씨가 번역해 총 944쪽 분량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이 전기는 잡스가 생전에 직접 아이작슨에게 의뢰해 집필된 것으로, 아이작슨은 집필을 위해 2009년부터 2년간 40여 차례에 걸쳐 잡스를 인터뷰하고, 그의 친구, 가족, 동료, 라이벌 등 100여 명의 주변 인물들을 만났다.

잡스는 아이작슨에 "이 책 속에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 상당수 들어갈 것으로 안다"면서 "나나 회사가 만든 것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를 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살아있다면 아마도 한 1년 후쯤 읽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작슨이 만난 사람 중에는 잡스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주 빌 게이츠,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니브, 애플 후계자 팀 쿡 등이 포함돼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보낸 잡스의 어린시절부터 그의 마지막 순간까지 잡스의 내밀한 개인사는 물론, 애플의 창업과 성장사,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의 탄생 비화, 절제와 완벽주의로 상징되는 그의 경영 비법 등 잡스와 애플의 모든 것이 담겼다.

전기는 일단 전 세계 IT산업의 '아이콘'이었던 잡스의 지극한 '아내 사랑'이 눈길을 끈다.

잡스는 사망하기 7개월전 부인 로런 파월 잡스와 결혼 20주년을 기념하면서 부인에게 "아직도 당신의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메모를 읽어주면서 눈물을 흘렸다.

잡스는 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몸속에 있는 암세포의 유전자와 일반적인 DNA염기서열을 알고 있는 세계 20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이를 파악하는데 10만달러를 썼다.

그러나 잡스는 2003년 10월 암 진단을 받았을 당시 수술과 화학적 치료를 권하는 데 응하지 않고 종양 수술을 9개월 미루기도 했다.

잡스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독설'도 주목된다.

그는 지난 해 웨스틴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 잡스는 행정부가 더욱 친기업적일 필요가 있다면서 "대통령 임기가 한차례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자신을 초청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만나지 못할 뻔했다.

잡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인 빌 게이츠에도 독설을 쏟아냈다.

그는 "근본적으로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이고 아무것도 개발한 것이 없다. 그는 그냥 파렴치하게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베낀 것"이라고 혹평하며, 이것이 바로 자선사업을 하는 게이츠가 이전보다 훨씬 행복해 보이는 이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는 잡스에 매료됐지만 그가 "근본적으로 이상하고, 인간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잡스가 죽기 전에 잇따라 만난 사람 가운데 한명이었다. 게이츠는 지난 5월 팰러앨토에 있는 잡스의 집을 찾아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함께 3시간 이상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가족과 아이들이 주는 기쁨, 현명한 결혼의 행운 등에 대해 얘기했다. 두 사람은 부인인 로런과 멜린다가 자신들을 "절반 정상인 사람(semi-sane)으로 유지시켜 준다"며 함께 웃기도 했다.

잡스는 애플 임직원 가운데 특히 디자인 부문 부사장인 조너선 아이브에 대해 각별한 믿음을 보였다. 그는 자신과 이브 부사장이 대부분의 애플 제품을 함께 고안해냈다고 설명하며 "애플에 나의 '영혼의 동반자'가 있다면 그것은 조니(조너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브는 그러나 "그가 매우 예민한 사람으로, 이 성질이 그의 반사회적이고 무례하며 부조리한 행동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잡스는 아이작슨에게 "안드로이드는 (우리의 아이디어를) 훔쳐간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필요하다면 내 마지막 호흡과 은행에 예금해 둔 애플의 돈 400억달러 모두를 쓸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파멸시킬 것이고 핵 전쟁까지 불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잡스는 자신의 독설에 대해 "우리는 서로 잔인할 정도로 솔직해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솔직한' 잡스는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현재 애플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팀 쿡을 신뢰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잡스는 애플을 공동 창업한 워즈니악에 대해서는 "워즈는 일반적인 엔지니어보다 50배나 훌륭하다"고 말했다.

◆'인간' 스티브 잡스

어린 시절 입양된 잡스는 자신을 키워준 부모를 누군가가 '양부모'라고 부르거나 '진짜' 부모가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그들은 1000% 제 부모님"이라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반면 생부모에 대해서는 "그들은 나의 정자와 난자 은행일 뿐"이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후에 잡스는 생모 조앤 심프슨에게 직접 전화를 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는데 "잘 지내고 계신지 확인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며 "낙태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은 일이 고맙게 여겨졌다"고 전했다.

그가 선불교와 극단적인 채식주의에 빠지게 된 사연도 등장한다.

인도 순례 여행을 다녀온 후 잡스는 "서구 사회의 광기와 이성적 사고가 지닌 한계를 목격했다"며 "인도에서 돌아온 이후 선불교는 제 삶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선불교의 영향으로 물질적 소유에도 무관심해 사는 집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고 가구도 거의 없었다.

집이 너무 검소해서 방문했던 빌 게이츠가 당황하며 "가족 모두가 여기서 사는 거예요?"라고 물었을 정도.

또 잡스는 프랜시스 무어 라페의 '작은 지구를 위한 식습관'과 아르놀트 에렛의 '디톡스 식습관의 치유 체계' 등을 읽으면서 야채와 과일만 먹는 채식에 빠져들었고 아울러 장기 단식을 정기적으로 단행함으로써 몸을 깨끗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품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을 쓰는 잡스 특유의 완벽주의는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장롱이나 울타리 같은 것을 만들 때는 안 보이는 뒤쪽까지 잘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철학의 가장 극단적이고 두드러진 실천 사례는 잡스가 칩과 다른 부품들을 부착하고 매킨토시 내부 깊숙한 곳에 들어갈 인쇄회로 기판을 철저하게 검사한 경우였다. 어떠한 소비자도 그걸 볼 일이 없었다."

그는 심지어 투병 중에도 디자인에 집착했다.

"한번은 잡스가 매우 안정적인 상태일 때 폐 전문의가 그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려 했다. 그러나 잡스는 그것을 벗겨 내고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쓰기 싫다고 투덜거렸다.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마스크를 다섯 가지쯤 가져오라고, 그러면 자신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겠다고 지시했다."

또 애플의 제품 디자인에서 드러나는 극단적 미니멀리즘은 그가 일하던 비디오 게임 제조회사 아타리 게임의 단순함과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클러 주택에 대한 호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책에는 애플이 아이패드에 삼성의 칩을 사용하게 된 사연도 나온다.

잡스는 당초 아이패드에 인텔이 개발 중인 낮은 전압의 아톰 칩을 사용하려 했는데, 아이팟 부분 수석 부사장이었던 토니 파델은 보다 단순하고 전력을 적게 사용하는 ARM 아키텍처 기반을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결국 잡스는 손을 들었다. '알겠네. 최고의 부하들을 거스를 순 없지.' 그러고는 아예 반대 방향의 극단으로 내달렸다.애플은 ARM 아키텍처의 라이선스를 얻는 한편, 팰러앨토에 있는 사원 150명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 회사 P.A. 세미를 인수하고 그들에게 A4라는 맞춤형 SoC를 개발하게 했다. A4는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국의 삼성에서 제조됐다"

이밖에 아이맥 제작 과정에서는 "아이브의 팀은 한국 제조 업체와 협력해 케이스 생산 공정에 완벽을 기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1년이 지나도 자신이 읽을 수 없는 이 책은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이 책과 관련 "잡스는 허름한 차고에서 시작해 세계에서 가장 가치 높은 기업으로 평가받는 애플을 만들어 냈다"며 "지금 자신의 허름한 차고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위대하게 만드는 힘, 바로 열정과 도전 정신일 것이다. 이 책은 이 시대 최고의 멘토 스티브 잡스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유산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 준다"고 말했다.

저자인 아이작슨은 1952년생으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백악관 출입기자를 지냈고 1986년에는 타임의 편집장에 올랐다. 잡스 전기는 그가 쓴 전기 중 네 번째다. 그는 키신저, 앨버트 아인슈타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전기를 써 모두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만5000원.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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