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해고 충격' 안현수 러시안드림 첫 고비

2011. 10. 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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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임재훈 객원 칼럼니스트]

◇ 문제는 러시아 대표팀에 홀로 남게 된 안현수다. ⓒ 연합뉴스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6)가 소속된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의 한국인 코치진이 집단 해고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러시아 쇼트트랙 연맹(SKR)´이 5일(현지시간)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훈련방식을 둘러싼 한국인 코치들과 러시아인 지도부 갈등을 이유로 러시아 대표팀 장권옥(미국명 지미 장) 총감독과 최광복 코치, 마사지 전문가 김지호 씨 등 한국인 3명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SKR 회장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지난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진행된 러시아대표팀 전지훈련 기간 중 최 코치가 훈련 후 휴식을 취하는 한 러시아 선수의 자세가 올바르지 못하다며 벌로 트랙을 30바퀴 더 돌라고 지시했다.

보다 못한 러시아인 코치 아나톨리 브라살린이 최 코치의 체벌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이를 이행하지 말라고 선수에게 지시했고, 이에 장 감독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며 브라살린을 해고하지 않으면 러시아팀을 떠나겠다고 경고한 것이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

한국인 코치진과 러시아인 코치 사이의 심각한 갈등이 빚어진데 대해 크라프초프 회장은 결국 한국인 코치단을 해고하는 결단을 내렸다.

크라프초프 회장은 "장 감독과 최 코치의 행동은 러시아 선수단의 이해를 배신하는 행위"라며 "최근 한국 코치들이 의도적으로 러시아 지도부와의 갈등을 조장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들은 많은 선수들이 부상을 입는 가운데서도 ´살아남는 자가 챔피언이 된다´는 한국식 훈련 스타일을 고수했다"고 한국인 코치진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장 감독이 러시아대표팀과 일하는 동안 우리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국 방식을 러시아 토양에 거칠게 이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부상과 건강 문제로 능력 있는 선수들을 잃을 수 있는 위험에 처했었다"며 "훈련 방식을 바꿔달라는 우리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 전문가들은 쇼트트랙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스케이트 장비 준비 비법을 러시아 코치들에겐 절대 알려주지 않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선수들을 자신들에게 종속시키고 코치단을 독재화하려 했다"고 이번 집단해고사태의 또 다른 원인을 지적하기도 했다.

2011-12시즌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은 브라살린과 또 다른 러시아인 코치 알렉산드르 게르치코프가 이끌고, 내년 초 코치진을 보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사태는 전지훈련이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SKR 측이 당초한국인 코치진들을 영입하면서 기대했던 쇼트트랙 노하우 전수가 이루어지지 않은데 따른 불만 등이 쌓여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러시아 대표팀에 홀로 남게 된 안현수다.

물론 SKR 측은 한국인 코치진에 대한 해고를 발표하면서 러시아 국적을 신청하고 현지 쇼트트랙팀에서 훈련하고 있는 올림픽 3관왕 안현수 선수는 계속 잔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안현수가 러시아 진출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장권옥 감독은 관여하지 않았고, 안현수 측과 SKR 고위층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안현수의 러시아 진출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국인 코치들의 집단 해고사태에도 불구, 표면적으로는 안현수 입지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제2의 쇼트트랙 인생을 걸고 선택한 안현수의 ´러시안 드림´이 첫 고비에 직면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안현수가 러시아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현지 적응이나 기량을 연마하는 과정에서 한국인 코치진은 안현수와 러시아인 코치 또는 선수들 사이에 문화적 갈등이나 여타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1차적으로 이를 중재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 장권옥 감독은 안현수의 러시아 진출 소식이 전해질 무렵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수가 예전에 다친 다리가 어떤 상태인지 모른다. 그러나 요즘 쇼트트랙 선수는 30대 초반까지 충분히 전성기를 이어갈 수 있다"며 "현수가 러시아에 오면 그가 공부를 하든 훈련을 하든 제2의 인생을 사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안현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의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제 안현수는 이와 같은 지원을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오히려 전지훈련 과정에서 불거진 한국인 코치진과의 심각한 갈등으로 한국인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는 러시아 코치, 선수들이 '사실상 한국인'인 안현수에게도 좋지 않은 감정을 품을 수도 있는 분위기가 됐다. 이런 상황은 안현수가 귀화한 러시아 대표선수로서 러시아 대표팀의 일원으로 온전히 결합하는데 예상보다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8월 러시아 귀화 의사를 밝힌 안현수는 이르면 이달 중 러시아 국적을 취득, 내년부터 세계선수권 등 국제 대회에 러시아 대표로 출전할 예정이다. 실력만 놓고 따지자면 안현수는 여전히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안현수가 지금부터 러시아 대표팀에서 한국인 코치진의 도움 아래 순조롭게 기량을 끌어올리기만 한다면,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대표선수들을 위협할 가장 무서운 존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지금은 현지 적응과 러시아 대표팀에서의 적응, 그리고 훈련과 기량 연마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들을 안현수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러시아 진출 초기부터 안현수 스스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각오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한국인 코치진의 집단 해고라는 갑작스런 상황변화가 아직은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안현수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쨌든, 제2의 쇼트트랙 인생을 걸고 선택한 안현수의 ´러시안 드림'은 첫 고비에 직면했다.[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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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객원기자-넷포터 지원하기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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