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이중섭 거리' 몽마르트르 꿈꾸다

2011. 8. 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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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가로등·벽화·바닥에 그림 담아…올레꾼 등 방문 줄이어

1951년 화가 이중섭은 제주도 남쪽 끝 서귀포의 언덕에서 섶섬과 문섬,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붓을 들었다. 한국전쟁 와중에 피난길에 나선 이중섭이 서귀포에 머문 기간은 1년 남짓. 이 짧은 체류는 그의 이름을 서귀포에 길이 남기는 인연이 됐다.

서민들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 부근엔 1996년 3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화가 이름을 거리에 붙인 '이중섭 문화의 거리'가 생겼다. 이 거리가 한국의 '몽마르트르 언덕'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5일 이중섭 거리에는 올레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가로등은 <울부짖는 소> <물고기와 아이> 등 그의 그림을 형상화했고, 벽화·화단·도로 바닥 등에도 그의 그림을 새겼다. 대부분 간판에도 '중섭'이라는 글자를 붙였다.

이 거리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서귀포에서 가장 번화했으나 그 뒤 상권의 이동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서귀포시는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97억원을 들여 이중섭 거리를 꾸몄다. 최근엔 올레 코스에 포함돼 '올레꾼'들의 방문도 부쩍 늘었다. 이중섭 미술관을 탐방한 사람만도 2008년 7만1900여명에서 지난해 11만2200여명으로 3년새 56%나 증가했다.

360여m의 거리가 언덕으로 이뤄진 이중섭 거리를 따라 걷다보면 야외 전시대, 공방, 판화체험방, 창작스튜디오와 공예공방, 갤러리 카페 등을 만나게 된다. 중턱에는 아담한 이중섭 미술관이 들어서 예술의 거리답게 전시회가 잇따라 열린다. 섶섬과 문섬이 한눈에 보이는 언덕 주변에는 이중섭이 밑에서 거닐었던 수백년 된 팽나무가 서 있고 올레길이 펼쳐져 있다.

홀로 여행 왔다는 강영관(22·광주광역시)씨는 "서귀포 시내를 둘러보다 이중섭 거리가 보여 들렀다"며 "길거리에 그의 그림들이 놓여 있어 도시가 따뜻해 보인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제주 여행에 나섰다가 일부러 이곳에 들렀다는 김미진(35·대구)씨는 "오밀조밀하게 그림 벽화가 있는 게 마음에 든다"며 "그러나 차량이 통행해 조금은 불편하다"고 했다.

서귀포시는 이달부터 12월까지 넷째주 토·일요일마다 작가·시민들이 소장한 예술품을 전시하고 파는 '문화예술시장'을 열고 작가의 산책길을 운영한다. 문정 서귀포시 문화시설담당은 "문화유산해설사를 양성하는 등 이중섭 거리에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고 말했다.

서귀포/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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