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따라 처음 온 빙상장, 이젠 올림픽 꿈꿔요

2011. 7. 2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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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곽진성 기자]

초등학생 토털 패키지 최다빈(12) 선수, 트리플 5종을 랜딩했다.

ⓒ 곽진성

대한민국 피겨 여자 싱글에 새로운 유망주가 등장했다. 만 12살에 트리플 5종 점프를 모두 랜딩한 최다빈 선수가 바로 그 주인공. 2011년 또 다른 초등학생 '트리플 5종 스케이터'가 된, 최다빈 선수가 내일의 꿈을 향해 당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피겨는 나의 인생, 더블 악셀을 뛰어넘다

7월 중순의 태릉 빙상장, 오후의 빙상장 안은 7명 피겨 스케이터들의 구슬땀으로 뜨거웠다. 12살 최다빈 선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계단을 힘차게 뛰어오르면서 몸에 땀을 내고 있었다. 이후, 지상에서 점프 동작을 연습하는 최 선수의 표정은 어린 나이라 생각할 수 없을만큼 진지했다.

힘차게 계단을 뛰어오르고 있는 최다빈 선수, 만 12세이다

ⓒ 곽진성

"피겨는 음......(잠시 머뭇거리다 웃으며) 저의 인생이에요." 12살의 나이에 피겨 스케이팅이 자신의 인생이라고 말하는 피겨 소녀 최다빈, 옆에서 신혜숙 코치가 "아니, 12살짜리가 무슨 피겨 인생을 논하니?"라고 크게 웃었지만, 최 선수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 최다빈은 알고 있다. 피겨가 자신의 인생이 될 것이란 사실을, 최 선수와 피겨의 첫 만남은 5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상에서 점프 연습 중인 최다빈 선수

ⓒ 곽진성

친언니(최다혜 선수)를 따라 우연히 빙상장에 갔다가 피겨 스케이팅을 접했다. 당시 이상하게 피겨가 좋았다는 그는 결국 초등학교 1학년 때, 피겨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선수의 길을 걸었다.

"1학년 때, 본격적으로 피겨를 배웠어요. 취미로 배울 때와는 달리 힘든 면이 있었지만, 최선을 다했어요. 열심히 노력해서 점프를 해낼 때 보람이 컸어요."

최다빈 선수는 피겨 선수로 입문 과정이라 일컬어지는 더블 악셀 점프을 연습할 때, 큰 어려움을 겪었다. 더블 악셀은 다른 점프와 달리, 앞 방향으로 점프를 시도하고, 반 바퀴를 더 돌기 때문에 선수들에겐 극복하기 쉽지 않은 점프였다.

고비를 넘기기 위한 노력은 치열했다. 2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결국 최다빈은 더블 악셀을 극복했다. 2010년 2월에 열린 전국 동계 체전에서 환상적인 점프를 성공시키며 멋진 연기를 선보인 것이다.

"더블 악셀 점프를 연습한 지 2년쯤 되었을 때, 결국 성공시키며, 만족스런 연기를 해서 기뻤어요. 그동안 많이 더블 악셀 점프 실패를 했었는데, 이때 처음 성공을 시켜서 놀랍고 신기했죠."

'트리플 5종' 피겨 스케이터 최다빈, 내일을 향해 뛰다

그 뒤, 최다빈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 듯 빠르게 트리플 점프를 습득했다. 5학년 때 트리플 살코와 토 점프를, 6학년 때 트리플 럿츠, 룹, 플립 점프를 연이어 연습에서 성공 시켰다. 피겨계에서는 트리플 5종 점프를 (살코, 토, 럿츠, 룹, 플립) 성공한 선수를 '종합선물꾸러미(토털패키지)'라는 특별한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최다빈 선수가 스케이트 화를 신고있다

ⓒ 곽진성

대한민국 피겨 스케이팅 역사(여자싱글)에서, 초등학생 때 이 다섯 가지 점프를 성공시킨 이는 피겨여왕 김연아, 우리나라 피겨 챔피언 김해진 선수 등 몇 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들이 이룬 성과를 볼 때 분명 최다빈의 미래도 기대된다.

그런 고무적인 사실에 들뜰 법도 했건만, 4학년때 최다빈 선수의 코치를 맡았던 신혜숙 코치는 당시 일말의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한다. 점프 과정에서 최 선수의 좋지 않은 습관이 엿보였던 것이다.

"4학년 때, 다빈이를 처음 맡았는데 점프 힘이 약해서 회전이 부족했죠. 80% 정도 성공률이었어요. 다빈이의 습관은 점프 성공률을 낮게 만들어 꼭 고쳐야 했죠. 그래서 습관이 고쳐질 때까지 제대로 된 점프를 못하게 했는데, 아마 다빈이가 속으론 불만이 많이 있었을 거예요. (웃음) 본인은 고난이도 점프를 연습 하고 싶었을 테니까요!"

트리플 점프 후, 최다빈 선수가 깔끔하게 착지하고 있다.

ⓒ 곽진성

최다빈 선수에게 정말 불만이 있었냐고 물으니, 대답 없이 그저 해맑게 웃는다. 고난이도 점프를 못 뛰는 시간은 힘들었지만. 덕분에 아쉬웠던 점프 습관은 깔끔하게 고쳐졌다. 최 선수는 훈련 중 시원스런 트리플 점프를 연속해서 선보였다.

최다빈 선수는 최근에 트리플-더블 콤비네이션 점프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옆에서 최 선수의 점프를 지켜보던 국가대표 김해진, 이호정 선수는 연신, "우와! 잘한다!"를 외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언니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내일을 꿈꾸는 최다빈 선수, 은반 위에서 열정이 빛나보였다.

올해 목표는 100점, 피겨소녀 최다빈의 꿈은 동계올림픽

최다빈 선수의 올해 꿈은 100점을 넘기는 것이다. 꿈을 향한 최 선수의 열정이 뜨거웠다

ⓒ 곽진성

최다빈 선수의 올해 목표는 100점을 넘기는 것. 아직 주니어 자격 나이(13세이상-19세이하)가 되지 않아, 8월에 열리는 '피겨 주니어 선수 선발전'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만도 하지만 차분히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었다. 최다빈 선수는 '2011 아시아 피겨스케이팅 트로피(홍콩.8.23-26일)'에 참가해 멋진 연기를 선보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최 선수는 그 이유를 밝혔다.

"기회가 닿는다면, 아시아 트로피에 출전해서 좋은 연기를 해내고 싶어요. 얼마 전 언니(최다혜)가 다쳐서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런 언니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고요."

꿈을 위해 매일매일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최다빈 선수, 연습만으로도 힘든 일과였지만 최 선수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는 노력파였다.

선생님인 신혜숙 코치는 물론, 같은 팀인 국가대표 김해진과 이호정 선수에게 다가가 잘 되지 않는 피겨 동작에 대해 물을 정도로 열의가 컸다. 김해진, 이호정 선수도 관심 있게 최다빈 선수의 동작을 지켜봐줬다. 최 선수는 성심껏 조언을 해주는 두 피겨 선배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해진, 호정 언니가 친절하게 잘 알려줘서 정말 고마워요. 언니들, 감사해요."

그런 고마움을 안고 12살, 최다빈은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란 꿈을 향해 앞으로 달려 나가고 있다.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를 가장 존경하고, 김연아의 프로그램 '죽음의 무도' 와 '007 메들리' 프로그램을 특히 좋아한다는 최 선수, 수줍게 자신의 꿈을 말한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열심히 노력해서 올림픽 무대에 서고 싶어요. 물론 그러기 위해선 앞으로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할 것 같아요.(웃음)"

수많은 유망주가 계속 피어나는 대한민국 피겨 스케이팅, 물론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지만, 분명한 것은 가능성 있는 피겨 인재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 유망주들이 불모지에서 '스스로 피는 꽃'이 되지 않기 위해,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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