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 얼간이'가 서남표 총장에게 전하는 교훈

2011. 4. 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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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또 한명의 카이스트 학생이 자살했다. 앞서 지난 6일에는 학교를 규탄하는 대자보가 카이스트 학내에 붙었다. '무한 경쟁'을 조장한다는 비난이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2009년 카이스트 교내 행사 때 재학생이 부른 '카이스트 애가'가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카이스트 애가'는 학생들의 학점 스트레스를 다룬 노래로 '카이스트에 온 지 어느새 4년, 4학년이 됐는데도 학점이 안 나와'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영화 '세 얼간이'의 주인공 파르한, 란초, 라주의 모습 (출처: 네이버)

이처럼 연이어 보도되는 카이스트의 슬픈 소식들을 접하면서, 불현듯 어느 영화가 떠오른다. 란초, 파르한, 라주 세 명의 이공계 대학생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인도 영화 '세 얼간이'의 장면들은 최근 카이스트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들과 겹쳐진다. 영화는 인도의 명문 이공계 대학교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 학교의 총장은 자신이 '28위였던 대학을 1위로 끌어올렸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학생들의 학점, 졸업, 취업에만 관심을 갖는 그에게 새로운 로봇을 연구하는 학생 '조이'는 한심해 보인다. '조금만 더 연구하면 곧 완성되니 기다려 달라'는 조이의 간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총장은 '기한 내 졸업 과제를 제출하지 못했으니 졸업이 불가하다'고 딱 잘라 말한다. 며칠 후 조이는 'I QUIT' 이라는 글씨를 기숙사 벽에 쓴 채 목을 매단다.

무엇이 그들을 포기하게 만들었을까. 올해 자살한 4명의 학생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세 얼간이'의 총장처럼 "세상에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는 수도 없이 많이 받게 돼. 그런데 그 때마다 남을 탓하려고? 조이가 죽은 게 왜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힘들다하더라도 주어진 스트레스를 견뎌내지 못해 자살한 것은 개인의 의지 탓이라고 돌리는 이도 있을 테다. 카이스트생 4명의 죽음은 결코 자살이 아니다.

영화 '세 얼간이' 포스터 (출처:네이버)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조이의 죽음 이후, 라주 라스토기 역시 자살을 시도한다. 그는 밤 새 술을 마시고 놀다 총장 문 앞에 오줌을 누고 도망쳤다는 이유로 정학처분을 받게 된다. 지참금으로 남자 쪽에 줄 자동차가 없어 결혼을 못하는 누나, 5년 동안 사리 하나 못 사입은 엄마, 몇 년 째 병석에 누워만 계시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울먹이던 라주는 결국 총장실 창문에서 뛰어내린다.

4명의 카이스트 학생들에게는 힘든 가정 형편, 교우 관계, 이성 문제 등 제각각의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1등하는 방법을 가르치려는 학교'에 몸을 담고 있었으며, 그들 모두가 1등을 할 수는 없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학생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아 카이스트라는 좁은 문을 통과했다는 기쁨을 누리기도 잠시, 그 좁은 문 안에서 또 다시 경쟁을 요구받게 됐을 테다. 점점 더 좁게만 열리는 문 틈 사이로 자신의 몸을 비집어 넣는 과정에서 수많은 자괴감과 압박감에 시달렸을 것 역시 당연하다. 여기에 더해 학생들의 가치를 물건 값 매기는 마냥, 학점과 등록금 액수로 환산하는 '징벌적 등록금 제도'는 20대 젊은이가 견디기에 벅찬 스트레스를 주기에 충분했다.

조이의 죽음을 접한 주인공 란초는 총장에게 말한다. "공학자들은 그동안 많은 걸 개발했는데 아쉽게도 정신적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기계는 못 만들었네요. 그게 있었다면, 다들 알텐데요. 이게 자살이 아니라, 살인이라는 걸" 문득 궁금해진다. 서남표 총장은 혹시 이 영화를 봤을까.

김정윤/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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