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인터뷰]'밀워키 프린스' 필더, "한글 문신 '왕자', 좋아!"

입력 2011. 2. 25. 14:35 수정 2011. 2. 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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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피닉스(애리조나), 박광민 기자]"왕자? 프린스 맞지?"(웃음).

미국프로야구(MLB)를 대표하는 강타자가 왼쪽 목덜미에 한글로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왕자'. 한국 사람일까. 얼굴은 까맣고 몸은 온통 문신으로 가득하다. 주민등록증을 확인하진 않았지만 1984년 5월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온타리오에서 태어난 분명 미국 사람이다.

그의 이름은 프린스 필더(27). 밀워키 브루워스의 간판 타자다. OSEN은 2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 메리베일 베이스볼 파크 클럽하우스에서 필더를 만났다. 연습 전 인터뷰에 실패해 시애틀 매리너스 훈련장 취재를 포기하고 연습 후 그와 인터뷰를 위해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간판 선수답게 필더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MLB닷컴의 밀워키 담당 기자인 앤서니 맬칼비, AP통신의 코린 플라이, 며칠 전 클리블랜드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폭스스포츠의 존 폴 모로시 등 왕자를 만나기 위해서 이들 뒤에서 줄을 서 기다렸다.

"한국 팬들이 너의 문신 '왕자'에 대해서 흥미로워한다"고 말하자 필더는 꽤 정확한 발음으로 "왕자?"라고 반문하더니 "프린스, 맞지?"라며 웃음을 지었다. 필더는 "2004년 문신샵을 지나가다 맘에 들어 갑자기 들어가 바로 '왕자'를 새겼다. 세 명의 한국인이 '왕자'를 그려줬다"고 친절히 설명했다.

그의 몸에는 몇 개의 문신이 있을까. 클럽하우스에서는 선수들이 샤워를 마치고 긴 타월만 두르고 나타나기 때문에 몸을 볼 수가 있다. 그의 문신이 몇 개나 되는지 '하나, 둘, 셋…'. 너무 많아서 포기해버렸다.

필더 역시 "나도 내 몸에 문신이 몇 개인지 모른다. 문신이 하나처럼 연결되어 있다"고만 말했다. 실제로 그는 손목, 팔등, 손가락 위, 등, 가슴 등 도저히 계산이 되지 않았다. "14살 때 처음으로 문신을 새겼다"고 말한 그는 "너무 어리지 않았냐"는 질문에 "아니다. 어머니께서 허락했기 때문에 괜찮았다"고 대답하자 곁에 있던 동료가 웃음을 지었다.

필더는 정말 대단한 낙천주의자인 것 같았다. 인터뷰 시간 내내 크게 웃었고, 곁에 있는 동료와 끊임 없이 대화를 주고 받았다. 아니 필더가 계속해서 말을 걸었고, 자신이 떠들었다. "어떻게 계속 웃고, 행복해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하는데 웃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짧지만 정확한 대답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데 웃고 행복해 하는 건 당연하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필더는 이번 겨울 연봉조정신청을 신청해 1년간 1550만달러(약 172억 원)에 재계약했다. 이 금액은 지난 2008년 애틀랜타 당시 마크 테세이라(현 뉴욕 양키스)의 1250만 달러를 뛰어 넘은 역대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얻은 선수가 받은 단일 시즌 최고 몸값이다. 필더 역시 "모든 것이 좋다. 계약도 잘 마쳤고, 우리 팀은 지난해에 비해 강해졌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다"며 행복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의 말처럼 밀워키는 밥 레빈 새 사령탑이 부임하면서 캔자스시티와 트레이드를 통해 '사이영투수' 젝 그레인키를 영입했고, 토론토도 트레이드로 선발투수 션 마컴을 데려왔다. 자유계약선수(FA)이던 일본인 투수 다카시 사이토를 셋업맨으로 계약을 마쳤다. 필더도 "지난해보다 정말 기쁘다. 그 어느 때보다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있다"며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필더는 또 지난 2005년 6월 15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의 포크볼을 공략해 메이저리그 첫 2루타를 신고했다. "우익수 선상에 떨어진 2루타였다"며 "노모는 당시 좋은 투수였다. 쉬운 볼은 아니었지만 난 그의 공을 보면서 자랐다. 아버지(세셀 필드)가 일본에서 있었기에 노모의 공을 꽤 오랫동안 봤다.

심하게 낙천주의자답게 필더는 특별히 즐겨 쓰는 배트도 없었다. 필더는 "난 배트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 그때 그때 느낌이 좋은 배트를 들고 타석에 들어선다. 최소 5개 모델은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혹시 한국 배트를 사용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아직까지 없다.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사용해 보고 싶다. 너 혹시 배트 있어? 나에게 보내만 주면 쓰겠다"며 "내 배트는 37인치(94cm)에 39온스(1.1kg)다"며 수치까지 알려줘 당황스러웠다.

그는 또 지난 2009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계획된 만남은 아니었지만 대통령과 만남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말하기 좋아하는 필더도 대통령 앞에서는 조심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는 "사실 나는 인사만 하고 별로 이야기를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부분 말했다. 나는 그전까지 대통령을 만나본 적이 없었고, 그는 정말 좋은 느낌이었다. 정말이지 말은 하고 싶었지만 그가 계속 말을 하는 바람에 나는 그냥 듣기만 했다. 내 옆에 라이언 하워드도 있었다. 그냥 웃기만 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청바지에 시카고 화이트삭스 자켓을 입고 있어서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필더는 지난 2009년 9월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연장 12회 끝내기 홈런을 쳤다. 끝내기 홈런을 친 팀의 선수들은 세상을 다 얻은 것 마냥 기쁠 것이다. 그러나 희생양이 된 상대팀은 허탈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법.

당시 끝내기 홈런을 친 필더는 여느 때보다 신선하고 재미있는 세리머니를 선보여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3루 베이스를 돌아 홈으로 돌아오자 24명의 밀워키 선수들은 홈플레이트 주변을 볼링핀 처럼 둘러쌌다. 필더가 홈 플레이트를 한 발 남겨두고 두 팔을 하늘위로 힘껏 들어 올리며 높이 뛰어 올라 홈 플레이트 위에 양발이 닿자 천지개벽과 같이 '쿵'하는 소리가 들린 양 밀워키 선수들은 갑자기 볼링핀이 쓰러지는 것처럼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밀워키 선수들에게는 뜻 깊은 추억이 될만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 샌프란시스코 선수들의 마음속에는 앙갚음의 분노가 치밀어 올랐나 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간판 투수인 배리 지토(32)에게는 말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3월 스프링 캠프 캑터스리그 시범경기에서 샌프란시스코 선발 지토가 1회초 2사 1루에서 필더가 타석에 등장하자 조금의 지체도 하지 않고 그의 등을 향해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필더도 자신에게 빈볼이 날아올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공을 맞은 필더는 1루 베이스를 향해 서서히 뛰었다. 그런데 자신의 주변에 떨어져 있던 공을 집어 지토를 향해 가볍게 던지며 몇 마디 말을 주고 받았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세리머니가 나오게 된 것일까. 필더는 "큰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난 당시 가장 인상 깊은 끝내기 홈런을 쳤고, 나도 그때 왜 그렇게 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아이디어였다. 내 잘못이긴 했다. 난 동료들과 그 해 4월 볼링핀 세레모니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시즌 내내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그 홈런을 치는 순간 '아, 이때다'라고 생각하고 동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홈런 타자답게 필더는 지난 2005년 데뷔 5년 동안 836경기에 출장 192홈런을 기록했다. 2007년에는 50홈런을 쏘아 올리며, 아버지 세실 필더와 함께 메이저리그 역대 최초로 부자 50홈런 기록을 세웠다.

필더는 "지금까지 경기 중 내가 친 홈런 중에서 최장거리는 145m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의 몸무게는 123kg이다. 그러나 그는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2008년부터 채식주의자가 됐다. 필더는 "두부 버거를 즐겨 먹는다. 정말 맛있다"며 두부 버거를 추천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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