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설정한 것은 정치·사회 문제, SF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것"

이영경 기자 입력 2011. 2. 13. 21:08 수정 2011. 2. 1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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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브로콜리 ..' 펴낸 듀나 e메일 인터뷰

SF소설부터 영화비평, 문화비평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글쓰기를 펼치고 있는 '얼굴 없는 작가' 듀나가 신작 소설집 <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 (자음과모음)를 내놨다. 범우주 바이러스인 '링커'를 소재로 한 이야기부터 < 전설의 고향 > 을 떠올리게 하는 기담 풍 이야기까지 다양한 13편이 묶였다.

표제작 '브로콜리…'는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 다양한 행성과 외계 종족이 등장하는 이야기 속에 전염병의 발원지가 북한이다. 주변국들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우려해 북한에 생화학무기를 살포하고 북한 주민은 떼죽음을 당한다. 그러나 전염병의 정체가 링커라는 우주 바이러스의 네트워크 환경 통합과정에 의한 것임이 드러나면서, 북한은 결국 세계 체제 통합과정의 희생양이 됐음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는 낯선 행성에 고립된 남한 청년과 탈북자 집단 사이의 무자비한 혈투로 구체화된다.

출판사건 언론이건 오직 e메일로만 외부와 연락을 취한다는 듀나와 e메일로 이번 작품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브로콜리…'가 북한을 그려내고 있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북한이 지구 체제를 보호하기 위한 희생양이 된다는 설정인데, 전 세계적 자본주의 체제에서 북한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SF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것 같다.

"이건 일종의 소망 성취 판타지다. 우파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사실 좌파 판타지이기도 하다. 우파들은 정권 유지를 위해 북한이 꼭 필요하지만 좌파 입장에서는 북한이 사고를 칠 때마다 '그냥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SF는 판타지를 실현시킬 수 있는 도구지만 이야기를 만드는 권력을 멋대로 휘둘러서는 안된다. 그런 판타지가 현실화될 때 그 세계의 사람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 최대한 성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 듀나는 현실 사회의 문제점을 SF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내 '한국형 SF소설'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작품집에도 북한 문제, 고령화 사회 문제를 담은 작품들이 수록됐는데….

"구체적인 주제나 목표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걸 살리기 위해 온갖 재료들이 동원되는데, 그건 주변에서 찾을 수도 있고 책이나 개념에서 나올 수도 있다. 제가 외국인 노동자 철거촌을 이야기에 넣는다면 그건 이야기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 최근 한국 장르문학도 많이 성장했다. 한국 장르소설의 현주소를 어떻게 보나.

" '우리가 한국 장르문학 리더이니 어서 빨리 글로벌 기준까지 도달해야지'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릴 때는 지난 것 같다. 장르문학이 'MB식 선진화'의 대상도 아니고, 지금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위해 장르를 이용하는 단계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 장르문학과 순문학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이미 제도권 문단에서도 장르적 요소를 차용해 쓰는 작가가 늘고 있는데.

"장르문학이 오로지 장르문학만의 게토 안에서만 존재했던 적은 없다. 자기에게 맞는 도구가 장르문학 코너에 있으면 써야 한다. 그건 못을 박기 위해 철물점에 가 망치를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다."

- '얼굴 없는 작가'로 오랫동안 지내오고 있다. '얼굴 없는 작가'로 지내는 불편함, 때론 가끔 존재를 드러내고 싶을 때는 없는가.

"전 사회생활, 특히 한국식 사회생활을 안 좋아한다. 초반에 이렇게 버텼으니까 지금 그런 거 안 하고 취할 것만 취하면서 마음 편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 이영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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