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원숭이 세리머니' 꼭 해야만 했나

2011. 1. 26.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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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허종호 기자] 기성용(22, 셀틱)이 자신의 생일(1월 24일)을 자축하는 선제골을 터트림과 동시에 일본에 대한 '도발 세리머니'를 펼쳤다. 재미의 측면에서는 뛰어났지만 씁쓸함이 많이 묻어나는 세리머니였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컵 대표팀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서 끝난 일본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2011' 준결승전에서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서 0-3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3년 만의 결승전 진출을 노렸던 한국은 지난 대회에 이어 또 다시 3-4위전으로 밀렸다. 반면 일본은 7년 만에 결승전에 오르며 대회 사상 최초의 4회 우승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이날 기성용은 평소와 같이 중원을 지키며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대표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냈다. 또한 대표팀의 코너킥과 프리킥을 전담하며 위협적인 킥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특히 전반 15분 박스 왼쪽에서 박지성이 얻어낸 프리킥을 시도할 때는 파포스트를 향해 절묘하게 감아차 일본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러나 기성용의 킥 위력은 얼마 안 있어 빛을 발했다. 바로 강력한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기록한 것이다.

전반 22분 박지성이 황재원의 롱패스를 상대 박스 내에서 받는 과정에서 곤노 야스유키가 파울을 범하며 PK가 선언된 것. 박지성은 PK를 자신이 유도했지만 지난 24일 생일이었던 기성용을 위해 양보했고, 키커로 나선 기성용은 강력한 슈팅으로 골로 연결하며 자신의 생일을 자축했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이었다. 골을 터트린 기성용이 원숭이 흉내를 내면서 코너 플랙 쪽으로 간 것. 일부에서 일본인을 원숭이로 비하하는 것을 본 뜬 것이었다. 이를 많은 방송사 카메라와 사진 기자들이 화면에 잡았다.

명백한 일본에 대한 도발이었다. 그러나 도발로만 본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원숭이 흉내는 인종 차별적인 요소가 있는 행위다. 이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인종차별 반대(Say no to racism)'라는 슬로건에 저촉되는 행위. FIFA는 경기 중에 인종차별적인 언동을 할 경우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할 정도로 금지하고 있다.

이 세리머니가 마냥 기쁘지만 않았던 것은 기성용이 몇 달 전 셀틱에서 경기를 치르며 원숭이 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기 때문. 다른 대륙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 사람들을 외모로 구별하지 못한다. 그리고 동아시아인들을 비하할 때 흔히 원숭이 소리와 원숭이 흉내를 내기도 한다. 즉 다른 대륙에서 볼 때 기성용의 세리머니는 제 살 깎아먹기와 마찬가지였다.

라이벌전에서 득점은 환호할 만한 멋진 일이다. 그렇지만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상대에 대한 인종차별적 비하는 절대 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이유로 FIFA는 주기적으로 '인종차별 반대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자신의 생일을 자축하는 기분 좋은 골이었지만 지켜보는 이들이 씁쓸함을 느끼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조금만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더욱 멋진 경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sports_narcotic@osen.co.kr

< 사진 > 도하(카타르)=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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