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선거유세장..이번엔 서울대 총학회장 뽑을까?

박대로 2010. 11. 1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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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10일 오후 1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옆 아크로폴리스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날은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 제1차 공동유세가 있는 날.

학생들은 정면에 마련된 연설대를 바라보며 계단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모여든 학생들이 다들 자리를 잡자 조세훈 총학생회장 선거관리위원장(국어국문학과 05학번)이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부터 제1차 공동유세를 시작하겠습니다."

등록을 마친 4명의 총학생회장 후보는 연설대 앞에 서서 정견을 발표했다. 후보들은 '진보의 가치를 꽃피우는 총학생회', '복지 우선 정책과 서울대 인맥 네트워크 구축', '주요20개국 정상회의 반대' 등에 대해 열정적으로 연설했다.

그러나 청중들의 반응은 후보들의 열기에 한참 못 미쳤다. 전날에 비해 한결 포근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청중의 수는 어림잡아 70~80명 정도에 불과했다. 이들 중 각 선거운동본부 소속 운동원들이 50명에 달했다. 그나마도 연설이 막바지로 치닫자 50~60명 수준까지 줄어버렸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도 공동유세장을 찾아오기는커녕 제 갈 길 가기 바빴다.

약 1시간30분 뒤인 오후 2시35분 행사가 끝났다. 뿔뿔이 흩어지는 학생들 속에서 행사장 정리를 지휘하는 선관위원장을 만났다. 조 위원장은 학생들의 참여가 부족한 것 같다는 지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총학생회가 학우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서울대 총학생회는 구설수에 잇따라 휘말리며 비난을 받아왔다.

제53대 총학생회 선거가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무려 3번째다. 지난해 11월 열린 1차 선거 당시에는 투표함 관련 의혹이 불거졌다.

개표 직전 투표함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총 37개 투표함 중 10개가 크게 손상됐음이 발견됐다. 게다가 한 후보가 선관위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달아 대화내용을 감청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의혹이 확산되자 선관위는 재투표를 선택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진행된 재투표 역시 학생들의 외면 속에 투표율 50%선을 넘기지 못했다.

총학생회장 궐위사태가 장기화되자 전체학생대표자회의는 올해 3월 선거 무산의 책임을 물어 선관위원장을 명예탄핵하기에 이른다. 이후 꾸려진 새 선관위가 같은 달 재선거를 실시했다.

그러나 재선거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투표율이 50%를 넘겼지만 이번에는 일부 학생들이 투표인 명부에서 누락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까지 명부에 포함시킬 경우 투표율이 50% 아래로 내려가는 웃지 못 할 사태가 벌어진 것. 결국 2번째 선관위 역시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

총학생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임시방편으로 단과대 연석회의가 총학생회 업무를 맡았다. 단과대 학생회장들은 지난달 중순 선관위를 꾸리고 3차 선거를 준비했고 마침내 10일 제1차 공동유세가 벌어졌다.

이날 1차 공동유세를 마친 선관위는 오는 16일 공동정책간담회, 22일, 2차 공동유세를 거쳐 23~25일 투표를 실시한다. 보통 연장투표가 진행되기 때문에 최종 결과는 다음달 1일께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를 앞두고 학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동안 수차례 선거가 무산되자 학교 안팎에서는 "서울대 학생회는 한국 국회의 축소판", "총학선거가 흥행에 실패했다"는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선거가 실패로 돌아가면 정말로 큰일이 난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한 학생은 "이번에도 총학생회장이 선출되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든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뼈 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세훈 위원장은 이번 선거가 성공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조 위원장은 "지난 3월 당시 선거에서도 총학생회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이 충분하다는 것은 증명됐다"며 "학우들의 관심이 투표로 이어지면 건강한 총학생회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우들이 총학이 소수를 위한 집단이 아니라 학교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정할 수 있는 단체임을 알아줬으면 한다"며 "이번에 총학생회가 구성되면 학교 측이 추진하고 있는 법인화 등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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