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리포트] 흥한 시트콤 vs 망한 시트콤, 성공 방정식은?

문혜원 기자 입력 2010. 5. 21. 09:44 수정 2010. 5. 2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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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문혜원 기자] 시트콤은 국내에선 승패가 명확히 갈리는 장르다.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가 하면 철저하게 외면당한다. 시트콤(Sitcom)은 시추에이션 코미디(Situation Comedy)의 줄임말로 각자의 독특한 캐릭터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재미를 주는 요인이다. 흥한 시트콤과 망한 시트콤은 결국 캐릭터를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 캐릭터를 연출하는 PD의 능력

시트콤이 캐릭터가 주는 재미를 꾀한다면 캐릭터를 연출하는 PD의 몫은 어느 장르보다 중요하다. 성공한 시트콤으로 평가받는('최악의 결말'이라는 오명을 남기긴 했지만) '지붕뚫고 하이킥'의 김병욱 PD는 캐릭터의 숨은 재미들을 그야말로 '거침없이' 뽑아내며 '시트콤의 거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청순녀' 신세경에게서 괴력을 발산하는 엉뚱함을, 완벽할 것만 같은 정보석에게서 산수에 젬병인 치명적 오류를, 대책없이 발랄한 황정음은 그 캐릭터를 그대로 살려 장점을 부각시켰다.

한 방송 전문가는 "'논스톱'시리즈를 연출한 김민식 PD나 '세 친구' '남자셋 여자셋'의 송창의 PD, '하이킥'시리즈의 김병욱 PD는 연기자에게 캐릭터를 주문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시트콤의 성공요인을 꼽았다.

◆ 캐릭터도 '쿵짝'이 맞아야

동떨어진 캐릭터로는 재미를 줄 수 없다. 주고받는 맛이 있어야 한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정보석-이순재, '거침없이 하이킥'의 나문희-박해미, '지붕뚫고 하이킥'의 정보석-이순재, '순풍 산부인과'의 박영규-오지명 등은 스토리에 탄력을 더하는 중심축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중견 배우 김수미는 이제 막 뱀파이어가 된 인물로 연기자로 치면 까마득한 후배인 심혜진 앞에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허를 찌르는 캐스팅과 캐릭터 발굴이 재미를 배가시킨 것이다.

두 캐릭터의 충돌로 티격태격,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은 한 캐릭터가 단독으로 등장할 때 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낸다.

◆ 호감+개성+친근 캐릭터 발굴

시트콤은 주인공이 한, 두 명으로 축소되지 않는다.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이 매 편에 고르게 출연한다. 비중 없는 인물이 없기 때문에 시청자에게서 '이 캐릭터 싫어'라는 평을 듣지 않기 위해서 캐릭터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

시트콤은 모든 캐릭터가 각자 고유의 개성을 갖고 상식의 범위 내에서 설득력을 지녀야 한다. 또 캐릭터는 각 개성에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캐릭터들에게 던져진 상황 속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가령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는 건망증이 심한 천재 의사 지훈(최다니엘 분)이 차에 황정음을 태운 것을 깜빡하고 속초까지 내려가는 장면이 있다. 또 술을 좋아하는 황정음은 속초 바닷가에서 술을 마시다 깜빡하는 지훈에게 버려졌고 홀로 바닷가에 아침을 맞는다. 이로써 '해변 떡실신녀'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황정음을 따라다니며 웃음을 주게 된다.

◆ 재미와 감동의 외줄타기, 현실 풍자는 덤!

시트콤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분류될 정도로 웃음과 재미에 초점을 맞춘 장르다. 그래서 제작자들은 이 재미를 염두하고 시트콤을 만든다. 하지만 시청자의 '코드'를 잘 읽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재미가 도를 지나쳐 '유치함'으로 빠지는 순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특히 요즘엔 웃고 끝나는 극이 아닌 웃음 속에 가려진 현실의 씁쓸함까지 들추는 '블랙코미디'형식을 띄는 경우가 많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이런 장면을 극 속에 녹여냈다고 평가됐다.

인상적인 장면을 예로 들면, 프란체스카(심혜진 분)가 두일(이두일 분)이 백수가 되자 생계를 위해 노상에서 닭 꼬치 장사를 하는데 알고 보니 재료가 닭이 아닌 비둘기였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닭 꼬치를 파는 뱀파이어의 모습이나 닭 꼬치가 아닌 '비둘기 꼬치'인 것에 크게 웃다가도 프란체스카의 궁핍한 삶에 마음 한 귀퉁이가 시림을 경험한다.

사진 = SBS, MBC문혜원 기자 gissel@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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