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장에 靑행정관 임명 논란
정부가 역대 대통령들의 기록을 보존·관리하는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장에 현직 청와대 행정관을 임명했다. 전임 대통령의 기록을 볼 수 없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의 근본 취지가 흔들리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행정안전부는 15일 김선진 청와대 메시지기획관실 행정관(45)을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김 행정관은 통일부 정책홍보실, 청와대 홍보기획관실을 거쳐 메시지기획관실에서 재직해 왔다.
대통령기록관장직은 지난해 12월 임상경 당시 관장이 '대통령 기록물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직권면직된 뒤 그동안 공석이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임명됐던 임 전 관장은 기록물 유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2007년 4월 제정된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기록관장의 임기를 5년으로 규정해, 후임 정부 기간에 정치적 독립이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 후임 대통령 측이 전임자의 기록을 열어보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후임 정권이 전임 정권의 기록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현직 청와대 행정관이 대통령기록관장으로 임명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 쪽은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 관련 기록을 열어보는 게 가능하게 됐다. 법률에 따르면 보호기간 중에 있는 전임자 기록이라 하더라도 '대통령기록관장의 사전 승인이 있으면' 열람과 사본제작 및 자료제출이 가능하다. 이번 인사에 대해 '대통령 기록물 관리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대통령의 기록물이 법 취지대로 보존된다는 믿음이 없다면 앞으로 어떤 대통령이 재임 당시의 기록을 남기겠는가"라면서 "청와대 행정관을 관장으로 임명한 것은 그 배경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인사"라고 지적했다.
<홍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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