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이야기] 순록,썰매 끄는 루돌프 사슴

2009. 12. 2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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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크리스마스다. 그래서 오늘은 산타 썰매를 끄는 루돌프 사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전 세계 50종이 넘는 사슴 중에서 산타가 선택한 사슴은 순록이다. 산타의 선택이니 만큼 순록에게는 특별한 뭔가가 있을 거다. 무엇보다 순록은 사슴 중에서 유일하게 썰매를 끌 줄 안다. 북극지방의 원주민들도 순록을 길들여 썰매를 끌게 했었다. 육중한 산타와 썰매까지 끌어야 하니 힘은 기본이다. 순록은 수컷의 몸무게가 300㎏까지 나가고 사슴 중에서는 무스 다음으로 덩치가 크다.

또 순록의 발굽은 벌어져 있고 발굽 사이에는 털이 나 있어 마치 눈신을 신은 것처럼 얼음판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두툼한 순록의 방한복이다. 순록은 빽빽한 털로 덮여있는데 털은 속이 비어 그곳에 공기를 잡아둘 수 있어 가벼우면서도 단열효과가 뛰어나다. 또 털에 있는 공기층은 강을 건널 때는 부력을 높여주는 기능까지 해 수영도 잘한다. 마지막으로 썰매를 끄는 사슴이니만큼 뿔이 없으면 안 된다. 순록은 암수 모두 뿔을 가진 유일한 사슴이다.

순록이 사는 북극의 툰드라는 거칠고 얼어붙은 땅이다. 짧은 여름동안 풀이 돋지만 겨울이면 눈으로 덮인다. 그래서 늦가을이면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이동하고, 여름이 오면 몸에 달라붙은 모기, 파리를 피해 북쪽으로 가야 한다. 순록은 1년이면 5000㎞가 넘게 이동한다. 다른 어떤 육상 포유동물보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셈이다. 여름동안 풍성한 풀로 체력을 비축한 후 늦은 10월부터 11월 사이에 교미시기가 온다. 양처럼 순하던 수컷들은 갑자기 맹수가 돼 전쟁을 벌인다. 승자만이 암컷 무리를 거느릴 수 있기 때문이다. 8월 하순이면 뿔을 덮고 있던 부드러운 피부인 벨벳이 벗겨지고 뿔은 녹용상태에서 녹각으로 변한다. 수컷들은 뿔을 바위나 나무에 비벼서 끝을 송곳처럼 날카롭게 간다.

이때가 되면 동물원 사육사들도 초긴장한다. 봄부터 여름동안은 뿔이 다칠세라 조심조심 온순하기 짝이 없던 수컷들이 이 시기가 되면 사육사에게도 마구 달려들기 때문이다. 간혹 수컷들끼리는 서로 싸워서 한 녀석이 죽기도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을이 오면 동물원에서는 이 치명적인 무기를 잘라내야 한다. 사람들은 잘라낸 뿔은 녹용이 아니냐며 부러워하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다. 이미 딱딱한 뼈로 굳어버려서 톱으로 잘라내기도 힘들 정도니 녹용은 커녕 녹각도 안 된다.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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