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이야기] 안데스 산맥의 라마

입력 2009. 11. 11. 18:17 수정 2009. 11. 1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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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낙타가 있다면 남미의 안데스 산맥에는 라마가 있다. 무거운 짐을 실어 나르기 위해 사람이 길들인 동물이다. 라마는 등에 혹은 없지만 낙타처럼 물 없이도 잘 견디며 먹이가 부족하면 독초나 바닷물조차도 먹을 수 있다. 고기는 식용으로, 똥은 말려서 연료로도 사용한다.

라마는 평지에 사는 낙타와 달리 해발 4000m 이상의 안데스 고지대에 살아가기 위해 특별한 몇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선 기압이 낮은 고지대에서도 온몸에 피를 보내주기 위해 비슷한 몸집의 다른 포유동물들보다 심장이 15%정도 더 커졌고, 적혈구의 헤모글로빈 농도가 높아서 공기 중의 산소가 부족해도 충분한 양을 몸의 구석구석에 보내줄 수 있다. 또, 돌투성이 산길이나 단단한 흙바닥을 오랫동안 걸어도 문제없게 발바닥은 좁은 대신 단단한 발굽이 있는 튼튼한 다리를 가지고 있다.

라마의 조상은 과나코이다. 야생동물인 과나코가 오랫동안 길들여지면서 털색이 다양해지고 몸집도 커지고, 자기 몸무게의 20∼30%가 넘는 짐을 지고 수십 킬로미터의 산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덕분에 콜럼버스가 이 대륙을 발견하기 이전부터 라마는 원주민들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해 왔고, 잉카시대에는 라마를 신성한 동물로 여겨 사람이 죽으면 같이 무덤에 묻었다고 한다.

라마는 사람이 길들인 가축이지만 여전히 야생의 습성도 있다. 무리지어 사는 사회적 동물이다 보니 공동으로 변을 보는 화장실이 있고, 영역표시도 하며 다양한 소리신호로 포식자가 나타나면 무리에게 위험을 알린다.

무리 안의 수컷들 사이에서는 우두머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크고 작은 싸움도 끊임이 없다. 수컷들끼리 싸울 때는 머리를 높이 쳐들고, 귀를 뒤쪽으로 바짝 눕힌 다음 앞발을 들어 서로를 친다. 싸움에서 진 수컷은 바닥에 누워 몸을 낮추고 항복의 표시로 꼬리를 올린다. 싸우는 과정에서 흥분의 정도가 강해지면 서로에게 침을 뱉기도 한다. 많이 화가 날수록 위 안쪽 깊숙한 곳에서 소화된 먹이가 침에 섞여 나오는데 그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여간해서는 없어지질 않는다.

동물원 라마들도 신입 사육사가 들어오면 얕잡아보고 자신의 서열을 과시하기 위해 침을 뱉을 준비를 한다. 머리를 들어올리고, 귀를 뒤로 젖히는 것만으로 경험 많은 사육사는 눈치를 채고 멀찍이 떨어지지만, 미처 알아차리지 못해 라마의 타액을 뒤집어 쓴 사육사는 집에 가는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정말 난감한 일을 당한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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