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추석 차례상에 '치동피서'?
인터넷에 등장한 피자가 오른 차례상차례상에 피자? 진짜네!회사원 C씨는 최근 인터넷을 검색하다 뜻밖의 사진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차례상에 떡하니 피자 한 조각이 올라 있었던 것. 그런 소리를 종종 듣기는 했지만 '우스갯소리려니' 하고 흘려 들었는데 진짜 그런 집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에 대한 반응. "어차피 나중에 우리가 먹을 건데 이왕이면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올리는 게 어떻겠냐"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발상에 대해 호응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한 할머니는 "손자로부터 '요즘 제사상에 피자도 올려 놓는다'는 말을 듣고 처음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변하는 명절 문화를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어차피 차례상과 제사상의 기준은 옛날에 그 시절 음식을 위주로 한 것 아니냐"며 "그것을 고집할 것 없이 지금 기준으로 '소고기 산적' 대신 '프라이드치킨'을 올려도 되고 굴비 대신 '광어회'를 올려도 좋다"는 의견을 남겼다.
충청도의 대표적 차례음식인 계적사과나 배 등 토종 과일 대신 바나나,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이 등장한 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드물기는 하지만 인터넷에선 치킨이나 햄버거를 상에 올린다는 얘기도 찾아 볼 수 있다.
'남의 제사상에 감놔라 배놔라 한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 사실 지역마다 집안마다 제상에 올리는 음식도 다르고 또 진설하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국수를 상에 올리는 K씨 집안이나 소화제인 '활명수'를 올린다는 H씨 집안의 전통이 이같은 경우.
이같은 '특식(?)'은 대부분 조상님들이 생전 좋아했던 음식을 상에 올려 대접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성이 중요하지 정형화된 공식은 없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차례상에 오르는 전통음식들에도 상당한 지역차가 있음을 볼 때 이같은 논리에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회사원 L씨는 얼마전 동료와 추석연휴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뜻밖의 말을 들었다. 충청도가 고향인 이 동료의 집에선 통째로 삶아낸 닭위에 달걀지단을 올린 '계적'이란 음식을 차례상에 올린다는 것이었다. 강원도 영동지방이 고향인 L씨에게는 전혀 생소한 음식이었다. 반대로 동료는 L씨의 집 차례상에 오르는 문어 얘기를 듣고 "뼈대있는 가문에서 어떻게 뼈없는 고기를 올리냐"며 농담을 했다.
이처럼 각 지역에 따라 독특한 제사음식이 있기 마련인데 경북지방의 명절음식인 '돔배기'가 대표적인 경우다. 돔배기는 상어고기를 두툼하게 토막낸 뒤 소금에 절여서 숙성시킨 것.
경북지방의 토속음식인 돔배기충남 서해안에선 우럭포가 다른 지방의 명태포를 대체하며, 경남에서는 통해삼을 끓는 물에 데쳐서 쇠고기, 조갯살, 두부를 곱게 다져 속을 만든 다음 해삼 속에 채워넣고 지져낸 '해삼통지짐'이 상에 오른다. 또 다른 지방에선 잘 쓰지 않는 해산물인 홍합, 소라, 새우 등을 재료로 한 해산물 산적과 돼지고기 수육도 경남지방의 독특한 제사음식이다.
호남의 특색은 역시 홍어찜. 이 지역의 별미로 꼽히는 홍어는 잔칫상이나, 제사상에 반드시 올려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을 정도라고.
따라서 머지않은 미래엔 '홍동백서' '어동육서' 대신 '치동피서(치킨은 동쪽, 피자는 서쪽)' 따위의 말이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 조진호기자 > [스포츠칸 연재만화 '명품열전' 무료 감상하기]- 경향신문이 만드는 生生스포츠! 스포츠칸, 구독신청 (http://smile.khan.co.kr) -ⓒ 스포츠칸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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