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퍼주는 것이 목표인 가게

2009. 4. 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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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에게 '막 퍼주는 것'이 목표인 회사가 있다. 부산시 해운대구 송정동의 '막 퍼주는 반찬가게'가 그 주인공이다. 이곳은 지난해 12월 30일 노동부에서 인증받은 사회적 기업 64곳 중 한 곳이다.

'막 퍼주는 반찬 가게' 입구
사회적 기업 팻말

지역주민을 위해 탄생한 '막 퍼주는 반찬가게'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은 해수욕장을 비롯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도심 가까이 있어 해마다 800만명 가량이 찾고 있지만, 주변의 해운대 등 더 유명한 관광지 때문에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주민 대다수는 식당이나 숙박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인구가 텃밭에서 농작물을 재배해 판매하거나 미역 등 지역특산물을 생산하는데 종사하고 있다. 특히 인구 7700여명 중 60세 이상 인구가 16%를 차지하는 고령화 마을로, 저소득층은 600여명에 달한다.

송정동 미역채취 배
송정동 해수욕장

"제가 주민자치센터에서 일을 하다 보니 송정동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게 됐습니다. 송정동에는 저소득층 노인이 많습니다. 게다가 바다는 해운대와 광안리 바다보다 운치가 떨어지고, 관광객들은 오더라도 할인마트에서 이미 장을 봐서 옵니다. 그러다보니 송정동 지역주민들은 생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막 퍼주는 반찬가게'라는 아이디어를 낸 하정관씨(송정동 주민자치센터 근무)의 말이다.그는 저소득층 노인 등 주민들이 지역의 자본이라고 봤다. 그대로 두는 것은 큰 손실이라고 본 그는 지역주민을 돕기 위해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사업을 생각했다고 한다.'타지역에 전량 팔아버리는 송정 미역을 지역 내에서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바닷가 군데군데 널린 텃밭에서 자란 싱싱한 채소를 버리지 않고 써먹을 방법은 없을까?'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반찬 가게 사업을 떠올렸다. 이것이 지금의 '막 퍼주는 반찬가게'로 이어졌다.하씨는 2007년 10월에 지역주민들과 밑반찬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그 이익금으로 독거노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을 돕겠다는 사업계획안을 수립했다. 이어 2008년 1월부터 3개월간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밑반찬 요리 강좌를 실시했다. 여기서 만든 밑반찬은 사회적 기업 활동의 일환으로 주변의 독거노인과 소외계층에게 무료로 보급했다.이어 4월에는 해운대구 송정동의 주민자치위원들과 출자금 3000만원을 만들어 법인을 설립했다. 실제운영은 밑반찬 요리강좌 때부터 열성적으로 참여했던 지역주민이 맡았다. 최고령자였던 박상명씨(75·여)가 대표이사를, 황우진씨(44·여)가 총무를 맡고 두 명이 지역주민이 요리를 담당했다. 이들은 온·오프라인으로 반찬사업을 하다가 지난해 12월에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일석사조의 효과사회적 기업 '막 퍼주는 반찬가게'는 '일석사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우선 안전하고 우수한 국산농산물을 적정한 가격에 구입해 지역의 농민을 돕고 있다. 또 소비자에겐 깨끗하고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제공하고, 여기서 얻은 이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특히 저소득층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소외계층을 위한 반찬제공

평균나이 예순이 넘는 할머니 요리사들은 집에서 만들어 먹던 방법대로 조미료 대신 다시물을 이용해 정갈한 반찬을 만들어낸다. 송정동 주변에서 나오는 재료를 사용해 미역줄기장아찌, 상추마늘장아찌 등 로컬푸드를 만들고 있다.이렇게 만든 반찬들을 소비자들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팔아 번 돈으로 주2회 송정동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과 저소득가구에 밑반찬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4명으로 시작한 이곳은 이제 사업을 확장해 33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효과도 거두고 있는 셈이다. 믿을 수 있는 과정, 맛있는 반찬송정해수욕장을 마주보는 송정관광호텔 2층에 자리잡은 '막 퍼주는 반찬가게'는 반찬공장과 같은 모습이었다. 반찬을 만들고 포장할 때에는 '정성'과 '청결'을 가장 우선하고 있었다.

주방 출입시 착용해야하는 위생복
위생복을 입고 요리하는 직원들

청결을 강조하는 박상명 대표의 방침에 따라 위생복을 입고 안으로 들어갔다. 요리를 하는 모든 할머니들은 주방 정면에 적힌 '맛, 정직, 자부심으로 승부하는' 막 퍼주는 반찬 가게를 실천에 옮기고 있었다.

"방부제나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기 때문에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당일 주문량을 당일에 조리하고 있습니다. 번거롭지만, 이웃을 돕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힘들지 않아요. 오히려 즐겁답니다."분주하게 주방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을 지시하던 박상명 대표이사의 말이다.

박상명 대표이사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현실

'막 퍼주는 반찬가게'의 전반적인 기획을 담당하는 하정관씨는 '막 퍼주는 반찬가게'가 진정한 사회적 기업으로서 성장하는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송정동 지역특색반찬인 '미역귀다리무침'

"사회적 기업이 그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수익창출 또한 상당히 중요합니다. 식품업계는 완전경쟁시장이예요. 송정동과 지역주민들을 위해 선택했지만 식품업계에서 살아남는 것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지역주민들이 모여서 운영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전문 인력이 없기도 하구요. 아직까진 국가가 사회적 기업에게 지원금을 주고 있지만, 지역상품 활성화, 로컬브랜드 창조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를 지속적으로 이뤄나가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외부의 부정적인 시선도 빼놓을 수 없다."좋은 의도로 시작한 것인데 가끔 외부에서 개인의 이익을 챙기려 한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낼 때가 가장 참기 힘듭니다"그러나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항상 '여러분들의 회사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랬더니 모두들 더욱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되더군요. 지금 당장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송정지역주민들을 위해 더 홍보하고 더 아이디어를 짜낼 겁니다. 주력 상품인 미역을 수출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답니다."한 기업을 세우고 운영하고 유지해나간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착한 소비를 통한 착한 나눔이 우리 사회에 더욱더 번지기를 바란다.정책기자단 하상훈 thecactus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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