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LPGA 영어사용 의무화 '겉과 속'

2008. 8. 2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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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PGA(미국여자프로골프)가 갑작스럽게 내년부터 외국 선수들을 대상으로 영어사용 의무화 방침을 발표했다. 쉽게 말해 투어에 합류한 선수들에게 2년간 유예기간을 준 다음 구술 시험에 합격하지 않으면 출전정지를 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LPGA측은 생활영어와 골프전문 용어를 테스트하기에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선수들과 그렇지 않은 선수들의 입장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쉽다 해도 모국어가 아니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투어 사무국이 극단적인 조치를 내린 배경에는 LPGA의 인기 하락과 대회를 유치하는 스폰서들의 계속되는 불만토로가 존재한다. 표적은 딱 잘라 말해 한국 선수들이다. 121명의 외국선수 중에서 한국선수는 무려 45명이다. 유럽권 선수들은 비교적 영어를 잘 한다. 진짜 고민은 그렇다고 한국 선수들이 궐기를 할 수도 없는 처지라는 점이다.

121명중 45명…적응해야 '윈 - 윈'

◇ 골프 여왕 "영어 잘해요"

 최근 LPGA(미국여자프로골프)가 내년부터 외국 선수들을 대상으로 영어사용 의무화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한국 선수들은 대부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박세리가 인터뷰하는 모습. <스포츠조선DB>

 ▶첫번째 아이러니=한국 선수들도 공감한다

 브라질 교포로 최근 미국 시민권을 딴 안젤라 박은 "공평한 조치"라고 잘라 말했다.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는 안젤라 박의 말이라고 그냥 넘기면 안된다. 지난주 캐롤린 비벤스 LPGA 커미셔너는 한국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번 조치를 설명했다. 정일미 박세리 등 고참 선수들의 도움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투어에 처음 합류한 선수들은 2년간 기회를 주지만 정일미 박세리 김미현 등은 내년부터 당장 구술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얘기였다. 준비없이 바로 실행이다. 물론 이들 고참 선수들은 영어를 무척 잘한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하이원컵 SBS채리티 여자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에 온 정일미는 하이원골프장에서 만난 국내 취재진에게 "일부 국내언론에서 LPGA의 불공평한 처사라고 자꾸 몰고가면 한국 선수들이 진짜 힘겨워 질 수 있다. 미국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받아들이고 더 노력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승 인터뷰에서 영어를 전혀 쓰지 않고, 프로암에서 VIP들과 교류를 하지 않는 일 등을 스폰서들이 수차례 지적해 왔다는 것. 궁지에 내몰린 LPGA가 칼을 뽑아든 것은 어찌보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인식은 'LPGA가 위축되면 선수들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다'이다. 다시 말해 한국 선수들도 미국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LPGA와 대립관계가 아닌 소속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

 LPGA가 지난 3년간 외국 선수들에게 무료로 영어 개인 교사를 붙여줬지만 한국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반성도 담겨있다. 비벤스 커미셔너는 한국 선수들에게 "퍼팅이 안되면 하루에 두 시간 이상도 연습하는 선수들이 영어는 왜 일찌감치 포기하느냐"며 다그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이번만큼은 LPGA가 너무도 강경하다. 정일미는 "박세리와도 많은 얘기를 나눴다. 동료들에게 '이정도는 의무라고 생각하자'는 얘기도 했다"고 전했다.  ▶두번째 아이러니=미국 언론도 문제제기를 한다

 미국 ESPN의 밥 해리거 기자는 28일(한국시각) LPGA의 영어 의무 사용의 겉과 속을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에서 다뤘다. 해리거 기자는 "골프는 단순하게 낮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와 얘기를 나누고 인생을 논하는 스포츠다. 골프 대회는 스포츠 속에 비즈니스가 녹아있다"며 의사소통의 중요성과 이번 조치가 최근 LPGA의 인기하락 속에서의 자구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선수들에겐 힘겨울 수 밖에 없다. 박세리도 지금은 유창한 영어를 하지만 10년 전엔 아니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또 "영어 구술 시험에서 떨어진다고 해서 투어 카드를 박탈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 정 규제를 하고 싶다면 프로암 출전 제한이나 벌금 정도가 훨씬 설득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 박재호 기자 scblog.chosun.com/pagapark>

 ◇LPGA 주요 한국선수

선수

나이

LPGA 진출연도

비고

강수연

32

2003

2005년 세이프웨이클래식 우승

강지민

28

2004

2005년 코닝클래식 우승

김미현

31

1998

LPGA 통산 8승

김 영

28

2004

2007년 코닝클래식 우승

김주미

24

2006

2006년 LPGA SBS오픈 우승

김주연

27

2004

2005년 US오픈 우승

박세리

31

1998

LPGA 통산 24승

박지은

29

1999

LPGA 통산 6승

박희정

28

2000

LPGA 통산 2승

안시현

24

2003

2003년 CJ나인브릿지 우승

양영아

30

2004

2006년 코로나챔피언십 6위

이미나

27

2004

LPGA 2승

이지영

23

2005

CJ나인브릿지 우승

임성아

24

2005

2006년 플로리다내츄럴챔피언십 우승

장 정

28

1999

LPGA 2회 우승

정일미

36

2004

2006년 스테이트팜클래식 3위

한희원

30

2001

LPGA 6회 우승

지은희

22

2008

2008년 긴트리뷰트 우승

최나연

20

2008

브리티시오픈 공동 2위

박희영

20

2008

선수들의 말

"이해하지만 투어 카드 뺏는 것은 심해"

 ▶박세리=

이해가 가는 조치지만 투어 카드를 뺏는 것은 너무 심하다. 영어 시험에 불합격했을 때 벌금으로 징계를 주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정일미=후배들에게 한국 선수들도 권리만 따질 것이 아니라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한국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서로가 상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반미감정으로 흐르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안젤라 박(브라질 교포, 최근 미국 시민권 획득)=이번 조치는 공평하다. 한국선수들을 타깃으로 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한국 선수들이 투어에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지은희=내가 지난번 긴 트리뷰트에서 우승했을 때 한국말로 우승 인터뷰를 했는데 꼭 나를 두고 이번 조치가 내려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영어공부를 좀더 열심히 하겠다.  ▶박희영=더 열심히 영어공부를 해야겠다. 노력하면 자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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