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베이징을 적신 '이승엽의 눈물'

2008. 8. 2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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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이승엽(32.요미우리)이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끊임없이 흘리는 후배들의 눈물바람에 그의 눈시울도 뜨거워졌다.

22일 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에서 일본을 꺾은 뒤 야구대표팀 더그아웃은 온통 눈물바다로 변했다. 선배들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결정적인 순간 번번이 일본의 벽에 부딪혀 좌절했지만 자존심과 조직력으로 똘똘 뭉친 후배들은 베이징에서 두 번이나 일본을 제압하고 마침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다 큰 사내들이 창피한 줄도 모르고 우는 사이 이승엽도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이승엽은 "우는 후배들을 보니 나 또한 가슴 찡하다"면서 의연하게 인터뷰장을 빠져 나갔지만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 역시 눈가가 촉촉해 지는 걸 참을 수는 없었다.

19일 한국-쿠바전. 한국 응원단 쪽에서 "22타수3안타 이승엽! 힘내라"라는 구호가 들려왔다. 응원인지 비난인지 알 수 없는 이 말을 듣고 이승엽은 그 쪽을 잠깐 쳐다 봤다.

팬들이 알려주기 전에 그는 이미 참담한 성적을 잘 알고 있었다. 대표팀에서 10년 이상 4번 자리를 장기집권했던 김동주(32.두산)를 밀어내고 새로운 4번 타자로 나섰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그럼에도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그를 끝까지 중용했다. 감독은 일찍부터 '이승엽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며 그의 팀 합류를 간절히 바랐다.

타격 부진으로 2군에서 훈련 중이던 이승엽의 처지도 딱했다. 대표팀에 가자니 소속팀 요미우리의 눈치가 보였다. 요미우리는 당시 순위싸움에서 고전 중이었다.

결국 이승엽이 지난달 중순 대표팀 합류를 선언하자 일본 언론은 '최고 연봉(6억엔)을 받는 타자가 소속팀 대신 한국을 위해 뛴다'는 식의 보도를 내놨다.

갖은 비난에도 불구 이승엽은 "후배들과 함께 해 올림픽 본선 경기를 뛰겠다"는 일념으로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이승엽의 합류를 반신반의했던 김 감독은 천군만마를 얻었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본선에서 이승엽은 고전했다. 특유의 화끈한 스윙은 없었고 공을 맞추기에 급급했다. 어이 없는 볼에 방망이가 나갔고 4번 타자로서 해결사 능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스윙을 지켜본 야구인들은 '폼이 완전히 망가졌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특히 지난해 10월 수술한 왼손 엄지가 좋지 않은 듯 고무링을 끼우고 타격을 한다는 소식에 '결코 타구에 힘이 실을 수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과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 도착장소에서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꼭 따겠다"고 호기롭게 약속했던 이승엽은 더욱 옹색해졌다. 그는 "그동안 후배는 물론 동료의 얼굴을 볼 낯이 없었다"며 부끄러워했다.

그러다 홈런이 터졌다. 언제나 그렇듯 이승엽이 위기에 몰린 순간, 또는 팀이 절체절명에 빠진 순간에만 볼 수 있는 극적인 대포였다.

22일 일본전에서 두 차례나 삼진을 당하고 병살타까지 때려 그는 최악의 성적으로 게임을 끝내기 직전이었다. 수없이 상대해 본 이와세 히토키의 직구를 잡아당겼고 그는 우측 스탠드에 꽂았다.

"홈런일 지 몰랐다"는 그의 말에서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짜릿한 손맛임을 알 수 있었다. 올해 1군에서는 불과 딱 한 개 때렸다. 전매특허인 자신의 홈런을 직감하지 못했을 정도로 이승엽의 감각은 무뎌져 있었다.

그 한방으로 후지산이 무너졌고 일본 열도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일본전에서 비수를 겨눌지 모른다'던 일본 언론의 예상은 한 치의 어긋남이 없었다.

이승엽이 쓴 극적인 홈런에 모두가 울었고 이승엽 자신도 울었다.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책임감에 이루 말할 수 없던 마음고생을 겪던 이승엽이 자신을 괴롭혀 온 온갖 스트레스를 우커송 야구장 스탠드로 훨훨 날려보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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