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3·4세 주가조작 노출 왜

2008. 7. 29. 13: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스닥기업 인수후 주가 떨어지자 회사돈 유용등…'조작아닌 횡령' 구속

"엄밀히 말하면 주가조작이라고 할 수 없죠. 주가만 받쳐줬다면 전혀 문제 없었을 겁니다. 작전도 아니죠. 일부에서는 외국인도 매집에 나섰으니까요."

한 기업 인수.합병(M&A) 컨설팅 업체 사장이 기자에게 털어놓은 얘기다.

이 컨설팅 업체 사장은 재벌가 3, 4세가 코스닥 기업을 M&A한 뒤 주가가 기대치 이상 올랐다면 현재와 같이 구속까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며 모든 것이 조용히 흘러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컨설팅 업체 사장이 말한 재벌가 3, 4세의 코스닥 기업 M&A 후 횡령, 구속까지 이르는 스토리는 이렇다.

재벌가 3, 4세가 코스닥 기업을 M&A한 뒤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면 엄청난 투자 수익금으로 M&A 때 빌렸던 돈을 되갚았을 수 있었을 텐데, 주가가 기대한 만큼 오르지 않을 경우 어쩔 수 없이 터무니없는 공시를 통해 주가를 띄우려고 하고, 이도 안 되면 마치 사금고인양 회사 돈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는 것.

결국 재벌가 3, 4세가 검찰에서 받는 혐의 혹은 구속 사유는 시세조종을 통한 주가조작이 아니라 '횡령'에 맞춰지고 있다.

왜 돈 많은 부모 밑에서 유복한 생활을 하며, 어느 것 하나 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재벌가 3, 4세가 코스닥 기업을 M&A한 뒤 주가조작이나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까지 되는 것일까.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일단 재벌가 3, 4세 주위에는 항상 돈 꽤나 있는 친구, 선.후배 등이 있다. 이들은 재벌쯤은 안 되지만 상당한 재력을 갖추고 있어 꽤 큰 베팅을 할 정도는 된다.

친구, 선.후배는 재벌 3, 4세에게 사모펀드 형식의 출자를 해 종자돈(시드머니)을 만들어 주며, 코스닥 기업을 M&A해 경영해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다만 이들 친구, 선.후배가 접근할 때는 상당히 불순한(?) 의도가 있다.

과거 재벌 3, 4세가 코스닥 기업을 M&A하거나 지분을 인수했다고 하면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 상당한 시세차익을 봤기 때문이다. 당연히 3, 4세에게 접근해 전주(錢主) 역할을 해 주겠다고 다가선다.

기업 경영이라고는 해본 적 없이 해외에서 학위 정도 받고 돌아온 재벌가 3, 4세는 이들의 제안에 솔깃해져 M&A를 추진한다.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는 개인자금이라고 공시하지만 알고 보면 뒤에는 친구, 선.후배로 구성된 전주가 버티고 있다.

M&A 후 재벌가 3, 4세는 터무니없는 공시를 통해 해외 자원개발, 신기술 개발 등을 내놓는다.

주가가 급등해 조회공시가 들어오면 '검토 중'이거나 '사업이 진행 중이나 결정된 바 없다'는 식의 답변을 하면 된다.

과거 같으면 재벌가 3, 4세의 M&A나 지분 인수 등은 주가를 순식간에 10배 이상 올려 놓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다르다. 주가가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지기도 한다.

당연히 전주 역할을 했던 친구, 선.후배는 원금에 대한 재촉을 하기 시작한다.

급전이 필요한 재벌가 3, 4세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회사 자금에 손을 댄다. 이후 횡령을 했으니 겁이 난다. 당연히 여기저기 수소문해 변통을 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결국 사채시장에서 돈을 빌려 메우기도 하지만, 이미 범법자의 길로 접어든 뒤다. 게다가 사채 이자는 겁날 정도다. 또 다른 범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

얼마전 구속된 범LG가 구본호 씨나 두산그룹 박중원 씨 역시 비슷하다. 검찰은 이미 구씨를 허위 공시를 해 1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이자 두산그룹 4세인 박중원 씨는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외에도 검찰은 여러 명의 재벌가 3, 4세가 주가조작 등을 통해 시세차익을 올리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손자인 김영집 씨 역시 엔디코프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코디너스 주요 주주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5.7%), 네오위즈 창업주인 나성균(5.7%) 씨 등이 있다.

허연회 기자(okidoki@heraldm.com)

- '대중종합경제지'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