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정까지 알려주고 "단속하겠다"..다 도망갔네

입력 2008.03.27. 21:12 수정 2008.03.2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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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정부가 부동산 불법 거래 집중 단속에 나섰는데 허탕만 쳤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이없게도 단속 지역과 일정까지 미리 다 공개하고 나서 단속에 나섰답니다.

이한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서울시 산하 SH 공사가 분양한 강서구의 발산지구입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거래가 활발했던 이 지역 대부분의 중개업소가 텅 비어 있습니다.

거래가를 실제보다 낮춰 작성한 이른바 '다운계약서'가 성행하고 있어 이번주 사흘 동안 집중 단속하겠다며 국토해양부가 단속 대상 지역까지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서울 용산구의 공인중개사 사무소 밀집지역입니다.

정부가 다운계약서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힌 뒤 주변 대부분의 사무실이 문을 닫았습니다.

[중개업자 : 단속해서 안 걸릴 사람이 거의 없을 거 아니에요. 열고 있다가 괜히 작은 거라도 걸려서 그게 문제화 되면 골치 아프고.]

거래가를 실제보다 낮춰 계약서를 작성했다 적발되면 거래한 사람들은 취득세의 3배까지 과태료가 부과되고 중개업자는 등록 취소까지 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거래가와 계약서상의 금액 차이는 차용증을 작성하고 나중에 현금으로 돌려받기 때문에 현장단속 말고는 적발이 쉽지 않습니다.

[중개업자 : 이면(다운)계약서 외에 본 계약서를 하나 더 써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게 있으면 나오죠. (하지만) 적발하기 힘들다니까요.]

그런데도 국토해양부는 현장 단속 날짜는 물론 지역까지 공개해 단속에 차질을 빚은 것입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 : (날짜 공개는 실수라는 말씀이시죠?) 의도는 아닙니다. 우리는 신속하게 나간다는 의도 밖에 없었습니다.]

국토해양부는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단속 의지가 있었는지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한석 lucaside@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