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운하 반대여론 전국으로 확산..당·정·청 우왕좌왕

입력 2008.03.26. 03:08 수정 2008.03.2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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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李는 "밀어붙인다"… 黨선 "선거 역풍" 발빼기

ㆍ'운하 전도사' 이재오 불쑥 국민투표論 제기도

한반도 대운하를 둘러싼 여권의 행보가 갈수록 혼미하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한 목소리로 대운하 건설을 국가적 절대 명제로 내세운 기세는 간 데 없다. 대통령은 관련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대운하 건설 사업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지만, 여당인 한나라당은 갈수록 발을 빼고 있다. 급기야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해온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국민투표론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대운하에 대한 반대 여론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4·9총선의 최대 이슈로 대두하자 당·정·청이 우왕좌왕,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널뛰는 당·정·청=이명박 대통령은 24일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서 "국토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소극적 입장이 아니라 큰 입장에서 구조를 한 번 바꿔놓을 필요가 있다"고 재차 '국토대개조'론을 설파했다. 대운하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반면 같은날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방송기자클럽 토론에서 "대선 때는 하나의 큰 공약으로 밀고 나갔지만 이제 국민들 중에 상당수가 신중하라고 하니 과연 이것이 국가 백년대계에 도움이 되느냐를 다시 원점에서 차분하게 검토하겠다"면서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25일 당에선 그간 여권이 터부시해온 '국민투표'론까지 흘러 나왔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운하 반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국민의 뜻을 직접 묻는 방법을 택할 것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직 인수위 대운하TF 상임고문으로서 "내년 2월에 영산강 운하부터 하고, 경부운하도 바로 첫삽을 뜬다"고 대운하 추진에 '대못질'을 하던 것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앞서 한나라당은 4월 총선공약에서 아예 한반도 대운하는 제외시키기도 했다. 그간 "대운하 건설을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프로젝트다. 반드시 추진한다"(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는 등의 정부측 발언과 비교하면 '모순'의 상황이다.

◇ 혼선의 원인=당·청의 이 같은 혼선은 무엇보다 60%대에 육박하는 '반대론'의 영향이 크다. 아무래도 민심에 민감한 당으로선 움츠러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민심의 심판장'인 총선을 앞두고 '표심 이반' 조짐까지 확인되면서 당의 고민은 커졌다. 이 전 최고위원의 '국민투표'론이 지난 23일 이 대통령을 만나 심각한 총선 민심 이반 대책을 논의한 직후 나온 것임을 감안하면, 대운하 민심에 대한 위기의식이 엿보인다. 실제 이 전 최고위원의 경우 지역구에서 '대운하 심판론'을 내세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에게 '정치생명'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 문제점=하지만 대운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당·정·청이 혼선만 거듭하면서 실제 하겠다는 것인지, 안하겠다는 것인지, 한다면 어떻게 어떤 절차로 하겠다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심의 판단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나라당의 대운하 공약 삭제에 대해 반대(45.9%·리얼미터)가 더 컸던 것도 그런 이유다.

"국민의 뜻을 묻는다"는 여권의 입장이 그 시기와 구체적 방식에 대한 천명이 없다는 점에서 총선만을 의식한 '임시방편'의 인상이 짙다는 의미다. 따라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려 한다면 최소 총선 공간에서부터 대운하 여론수렴의 일정과 방식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의 공통분모다.

그것만이 그간 당·청 일체 '구호'가 무색하도록 혼선만을 거듭하면서 국가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상황을 벗어나는 길인 때문이다.

〈 김광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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