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CEO형 정치관·黨장악 무리수.. 원인은 '李 대통령'

입력 2008.03.25. 04:24 수정 2008.03.25.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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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청와대 정무기능도 부재… 배려·설득 없는 독식에 갈등 자초

한나라당이 '카오스' 상태다. 피아(彼我) 구분도, 적과 동지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역설했던 '통합의 정치'는 사라지고 갈등과 대립만 난무하는 양상이다.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이 대통령이 근인(根因)으로 꼽힌다. 결국은 이 대통령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을 'MB당'으로 바꿔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수족'으로 만들겠다는 생각과 이를 위한 당권·대권 분리 당헌의 무력화, 미흡한 청와대의 정무기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혼돈의 집권당이 연출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이 대통령은 당을 자율성을 가진, 대통령과 대등한 정치적 주체가 아닌 장악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이 대통령에게 정치와 정당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CEO형 정치관=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총선 공천 과정에서 모순된 태도를 취했다. "공천은 당의 일"이라면서도 직·간접적으로 당이나 공천심사위원회에 자신의 뜻을 전했다. 영남지역과 수도권 공천을 앞두고 당이 꿀렁거리자 공심위 책임자인 이방호 사무총장과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 등을 만났고, 23일 박근혜 전 대표와 친 이명박계 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을 면담했다.이런 행태를 두고 당 안팎에선 "이 대통령이 나름의 정치관이나 원칙이 아닌 그때그때 필요와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바탕에는 정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은 그동안 '여의도 정치'를 벗어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며 "정치를 효율과 생산성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를 비용이나 수치로 접근하면 곤란하다. 정치의 본령인 가치의 배분, 갈등의 조정은 반드시 '합리적'이지만은 않다"며 "대통령은 일사불란한 정치를 기대하겠지만 '내가 옳은 일을 하니 나를 따르라'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라고 강조했다.강원택 교수는 "이 대통령은 기업에 오래 있어서인지 '공생'이나 '나눔의 미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반면 배제의 논리에 익숙한 것 같다"며 "국정운영의 파트너라고 선언했던 박근혜 전 대표 측에 대한 태도에서 잘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총선 공천은 경선에서 지면 끝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박 전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고 덧붙였다.◇없다시피한 청와대 정무 기능=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은 공천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여의도를 분주히 오갔다. 정작 당쪽에서는 "박 수석이 한 일은 없다"는 말이 나왔다. "대통령의 지시나 말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지, 청와대와 당, 청와대와 박 전 대표 측의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한 당직자)는 얘기다.이렇게 된 데는 이 대통령의 '정무'에 대한 관점이 정치권의 상식과 다른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대통령의 한 측근은 "대통령은 정무수석의 역할을 '정책'에 방점을 찍고 있다. 청와대가 추진하려는 법안이나 정책이 원만히 국회를 통과하도록 하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따라서 정무수석이 '정치'에서는 별로 할 일이 없다"고 전했다.이 대통령은 그 대신 정무 기능을 측근 그룹에 의존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재오·정두언·이방호 의원 등이 주 창구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공개적이고 투명한 '정치'와는 멀어지고, 때로 불필요한 억측과 오해까지 자초하고 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나눈 대화 내용이 밖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다보니, 갖은 혼선이 빚어진 게 단적인 예다. 청와대는 24일에도 이 전 최고위원과의 면담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공존의 철학이 필요하다=이 대통령의 측근들은 공천 과정에서 "박 전 대표 지원 없이도 얼마든지 원내 과반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선에서 크게 이긴 이 대통령의 자신감이 알게 모르게 주변에도 투영됐다"며 "그 결과 '우리끼리도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명박 사람' 혹은 '대통령 말을 잘 들을 사람'이 대거 공천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후보 경선 때 여론조사에서 앞서면서도 당원·대의원 투표에서는 진 경험이 이 대통령을 더욱 '우리 식구'에 집착하도록 만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하지만 이런 '독식 행태'는 '뺄셈의 정치'로 이어지면서 당내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영어몰입 교육 등 몇몇 정책 혼선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격이 됐다.김형준 교수는 "당내 불안은 정치 불안으로 연결되고 결국 이 대통령이 기대하는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경제 살리기는 더욱 어려워진다"며 "더 큰 문제는 불안정한 정치의 최대 피해자가 국민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그는 "이 대통령이 지금처럼 비주류에 대한 양보나 배려 없이 일방통행식 정치를 계속한다면 당뿐 아니라 대 국회관계 역시 반목과 대립만이 반복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양보와 설득을 통한 포용의 정치, 덧셈의 정치를 학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재영 기자 〉 [스포츠칸 '온에어' 원작 연재만화 무료 감상하기]-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