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우정의 원동력은 '용서의 미덕'

2007. 12. 2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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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우정'이란 단어만 들으면 생각나는 영화 한편이 있다. 바로 95년 개봉했던 '굿바이 마이 프랜드'다. 잘못된 수혈로 에이즈에 걸린 덱스터와 이웃집 소년 에릭의 아름다운 우정을 그린 영화다.

자신이 에이즈라는 끔찍한 병에 걸린 사실을 아는 덱스터는 잠드는 것이 무섭다고 했고 친구 에릭은 자신의 농구화 한짝을 벗어주며 "항상 네 옆에 있을께"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덱스터는 세상을 떠나고 장례식장에서 에릭은 자신의 운동화를 덱스터의 관에 넣어준다. 또한 덱스터의 구두를 한 짝 가져오면서 다음과 같이 인사한다.

"네가 없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나. 아참! 내가 준 운동화는 잘 모시고 있겠지? 냄새는 좀 나지만 그걸 안고 있으면 절대 나를 잊을 수 없을 거야.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나도 네 신발을 슬쩍 했단다. 왜냐구? 내가 이다음에 커서도 널 기억하기 위해서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은 외로움이야. 울지마. 내가 널 지켜줄게. 굿바이 마이 프렌드!"

십수년이 훨씬 지났지만 덱스터와 에릭의 아름다운 우정을 생각하면 눈시울부터 뜨거워진다. 이렇듯 '친구'라는 존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뭉클함이 가득하다. 그래서 우리는 친구를 사귀고 그 우정을 견고히 다져나가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우정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 48편이 담긴 책 <친구>(가야북스. 2007)는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가슴만이라도 따뜻하게 덥히고픈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지난날 아름다운 기억을 함께 만든 친구들, 그리고 지금 곁에서 새로운 추억을 함께 만들어 가는 친구들에게 바치는 우정의 편지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가슴 뭉클하고 아름답지만 그중 '용서'라는 제목의 글을 잠시 소개하고 싶다.

고향 친구인 두 병사가 함께 전쟁에 참전했다. 그러던 중 두 병사만 부대원들과 헤어져 산속을 헤매게 됐다. 고생스러웠지만 그래도 친구가 함께 있어서 의지가 됐고 힘이 됐다. 마침 사슴 한 마리를 사냥해 그것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버틸 수 있었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부대원들을 만나지 못했다. 전쟁 때문에 산속에 있는 동물들도 자취를 감췄고 어느덧 사슴고기 한 덩어리만 남은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때마침 두 병사는 산속에서 적군들을 만났고 총격전을 벌인 끝에 가까스로 적군들을 피해 달아날 수 있었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쉴 무렵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결국 한 병사가 어깨의 총상을 입었고 뒤따라오던 병사는 크게 놀라 안절부절 하다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옷을 찢어 응급처치를 했다. 날이 저물고 이제 죽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두 병사는 한덩이 남은 사슴고기를 먹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전우들이 그들을 발견해냈고 다행이 두 병사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30년의 세월이 흘렀고 부상을 당했던 병사가 뒤늦게 입을 열었다.

"사실 그때 나를 쏜 사람은 함께 있던 친구였다네. 그가 나에게 달려왔을 때 그의 총이 따뜻해서 알 수 있었지. 하지만 그날 저녁 난 그 친구를 용서했어. 혼자 사슴고기를 먹으려고 내게 총을 겨누면서까지 살아야할 이유가 바로 어머니 때문이란걸 알았기 때문이야. 30년이 지나서도 난 끝까지 그 일을 모른척했지. 그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참혹한 전쟁 때문이었으니까. 하지만 친구의 어머니는 그가 돌아오기 전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 나는 그 친구와 함께 어머니의 제사를 지냈어. 그때 친구가 나에게 무릎을 꿇더니 자신을 용서해 달라는 거야. 나는 그가 더 이상 아무 말 못하도록 입을 막았어. 그 후로도 우리는 줄곳 좋은 친구 사이로 지내왔어. 내가 그를 용서하는 건 너무 당연해. 우린 친구이니까!"

누군가를 용서하고 사랑으로 감싸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자신의 생명을 해치려고한 사람을 감싸안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고 그의 불행까지 감싸준다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우정의 원동력인 `용서의 미덕`이다.

요즘처럼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혹 소홀했던 친구는 없는지,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준 친구는 없는지 한번쯤 되돌아보게 만드는 의미있는 책이다. 내 모든 허물까지 감싸 안아줄 수 있는 친구가 지금 당신 곁에 있는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다.

(사진=`굿바이 마이 프렌드` 영화 포스터)[구윤정 기자 kido99@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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