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 튀김 옷 잘 입혀야 명품

2007. 1. 1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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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커틀릿의 원조는 이탈리아다. 대중식당과 인스턴트식품에서 이탈리아의 커틀릿은 매우 유명하다.

'costolette alla milanese(코스톨레테 알라 밀라네제)'라고 부른다. 그런데 한국처럼 돼지 등심으로 만드는 포크커틀릿은 상당히 비싼 음식이다. 돼지 등심 가격이 세기 때문. 쇠고기 등심과 같은 값이어서 우리처럼 흔하게 포크커틀릿을 먹기는 힘들다.

공교롭게도 한국이 돈가스의 강국(?)으로 자리잡은 결정적인 이유는 돼지 등심과 안심의 인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워낙 값이 싼 부위라 저렴한 돈가스를 만들어 팔기 쉬웠던 것. 삼겹살 값이 1만원이라면. 등심과 안심은 3분의 1 수준. 지방이 적은 고급 부위인데 삼겹살처럼 구워 먹기에는 적당하지 않아 값이 싸다.

그래서 중식당 탕수육도. 돈가스도 등심을 즐겨 쓴다.

어쨌든 한때 경양식집의 인기 메뉴였던 돈가스가 고급화 대신 대중화의 길을 걸은 지 꽤 오래됐다. 경양식집이 쇠퇴하면서 자연스럽게 거리의 간편 음식으로 변한 것. 여기에 일본 스타일의 돈가스 집도 늘었다.

한국형 돈가스 집은 대개 개인 업소이며. 예전 경양식집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써는' 방식이다. 성북동과 자양동의 지극히 수수한 기사식당에서 나오는 돈가스가 양식 먹는 식의 포크 나이프가 동원되고. 깔끔하게 차린 일본식 돈가스 집에서 젓가락이 제공되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 현상이다.

금왕돈까스는 경양식집 돈가스를 최초로 기사식당이라는. 그야말로 맛으로만 승부하는 식당 메뉴로 등장시킨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소위 'A4용지만한 엄청난 크기의 돈가스'로 히트한 집이다. 곁들이는 밥의 질은 괜찮은 편이지만. 묽은 스프 맛이 영 아니고.

깍두기도 보통이다. 역시 핵심은 돈가스인데 정말 크기는 엄청 크다. A4만큼은 아니지만 엽서 두 장 크기는 실히 되어 보인다. 칼로 등심을 넓게 펴서 튀긴다. 등심 자체 질은 나쁘지 않다. 너비가 크니 당연히 고기 두께는 얇다. 씹히는 식감은 좋은 편이며 어느 정도는 바삭한 쪽이다. 고기 위에 뿌려 나오는 소스는 신맛이 강한 편이고 무난하다.

서울돈까스도 커다란 돈가스가 돋보이는 집이다. 묽은 스프와 함께 나쁘지 않은 맛의 미역국을 함께 제공해주는 것도 좋다. 밥과 깍두기도 기본이며. 여기에다 원래 주손님이었던 기사들을 배려한 듯 풋고추 두 개를 서비스하는 것도 어쨌든 좋다.

고기 너비는 재어 보지는 않았지만 금왕돈까스보다 더 넓다는 느낌을 준다. 바삭한 쪽보다는 촉촉한 쪽에 가까운 튀김 맛이다. 밥의 질은 금왕돈까스보다 못한 느낌이지만 깍두기 맛은 낫다. 전체적으로 두 집의 차별성을 느끼기는 어렵다.

명동돈까스는 '명불허전'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집이다. 즉석에서 고기를 튀겨 한 김 식히고 기름을 뺀 후 서브하는데. 촉촉한 고기 질감이 입안에 가득 찬다. 저민 등심을 두들겨서 약간 넓게 편 후 밑간을 단단히 해서 튀기는데. 고기가 익으면서 부피가 줄어들게 되고 두툼한 등심맛이 살아나게 된다. 장국맛도 좋고 사실상 '그게 그거'일 수 있는 소스 맛도 괜찮다. 다만 바쁠 때 서빙에 대한 손님들의 불만이 종종 인터넷에 올라오곤 하는데. 오래된 집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일종의 매너리즘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보텐은 서울에서 첫째 가는 돈가스 체인인데 명동점 맛이 최고라고 알려져 있다. 후발답게 활력이 넘치고 씩씩한 집이다. 돈가스 맛은 체인점이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거의 명동돈까스에 근접한 수준인데 양은 적다. 깨를 즉석에서 갈아 고기 위에 뿌려주는 서비스가 재미있다. 마요네즈 베이스의 드레싱이 아닌 간장 드레싱을 직접 손님의 양배추 샐러드에 뿌려주는 센스도 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맛이며. 장국 맛도 괜찮다.

가쓰라는 이자카야로 유명한데. 원래는 점심의 값싸고 맛있는 식사 메뉴로 인기를 끌었던 집이다. 역시 로스가스라고 부르는 돈가스도 대단한 내공을 보여준다. 튀김 실력이 좋지 않으면 기름을 뒤집어쓰기 쉬운 젖은 빵가루를 중심으로 튀기기 때문에 바삭하게 입에서 부서지는 튀김옷의 질감이 뛰어나다. 소스는 별 특이점이 없으며 장국 맛은 좋다. 돈가스 양이 좀 적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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