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반전시위 휘말리는 고사리손

2006. 8. 8.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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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잡한 '어른들의 전쟁'에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이 휘말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으로 어린이 수백명이 희생된 데 이어 수많은 어린이가 '프로파간다(선전선동)'에 동원되고 있다.

7일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일간 칼리즈 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두바이 어린이 1600여명은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거리로 나왔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중단시키도록 유엔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반전 시위 현장에 투입된 것이다.

이들은 목이 터져라 반미·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치며 가두시위를 벌였고, 유엔에 보낼 종전 촉구 우편엽서도 만들었다. 행사 관계자는 "어른들의 주장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린이의 목소리를 통해 평화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유럽과 남미, 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열린 반전 시위에도 어린이들이 예외 없이 동원됐다.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열린 시위에 앞장선 어린이들은 관을 든 채 시위대를 이끌었고, 브라질 상파울로 어린이들은 참혹하게 숨진 레바논 어린이의 사진을 앞세우고 행진했다.

어린이들의 반전 시위 동원은 그 자체도 문제지만, 자칫 이들에게 맹목적인 적개심만 심어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위에 동원된 어린이들은 대부분 '전쟁이 무엇인지, 왜 전쟁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철부지인 데다 그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부시는 학살자", "이스라엘은 학살을 중단하라" 등 어린이로서는 입에 담기 어려운 선동 구호를 '앵무새'처럼 외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의 선전선동 개입은 사실 이스라엘이 부추긴 면도 없지 않다. 이스라엘군은 그동안 어른과 어린이, 민간인과 헤즈볼라 민병대원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폭격함으로써 레바논 주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 때문에 아랍권에서도 어린이를 동원해 '무고한 희생'을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맞대응한다는 것이다.

헤즈볼라는 심지어 어린이들을 인간 방패로 삼았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레바논의 한 인터넷 사이트는 어린이 30여명이 희생된 카나 참사는 이스라엘의 공습을 유도하려는 헤즈볼라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이트는 헤즈볼라가 건물 옥상에 로켓 발사대를 설치한 뒤 어린이들을 데려옴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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