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소금사막'에 눈이 부시다

2005. 9. 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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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배한수 기자] 1억 년 전 거대하게 융기한 안데스 산맥은 남미 도처에 상상조차 하기 힘든 신비한 자연환경을 만들어냈다. 그 경관 중에서도 백미로 손꼽히는 것은 볼리비아의 소금사막 우유니(Salar de Uyuni). 필자는 이 믿지 못할 광경을 보기 위해 직접 우유니로 향했다.

볼리비아의 라파스(Lapaz)에서 버스를 타고 포토시(Potosi)에서 내려 다시 기차로 갈아탄 후, 수 시간을 더 달려 도착한 곳은 볼리비아의 남부에 위치한 작은 소도시 우유니(Uyuni).

거주 인구도 얼마 되지 않고 시내에는 별 볼거리도 없지만, 이 도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우유니 소금사막을 보기 위한 관문도시라는 이유 하나로 굉장히 유명한 도시가 되어버렸다.

우유니 사막에서 총 3일의 일정을 계획한 일행은 소금사막으로 향하는 첫날 아침 부랴부랴 짐을 싸, 3일 동안 우리와 함께 우유니 곳곳을 누빌 지프에 올라탔다. 운전사와 요리사, 외국인 관광객 4명, 그리고 본 기자와 사진을 담당할 이은정 기자, 이렇게 총 8명이 이번 여정을 함께 할 인원들. 차에는 사람들 이외에도 음식거리와 가스, 물, 식탁 등 여정 내내 사용될 물건들이 가득 실렸다.

첫날 일정은 살라데 우유니를 돌아보는 일정. 우유니 시내를 출발해 비포장도로를 따라 외곽으로 약 1시간여를 달렸더니, 드디어 눈앞엔 하얀 소금사막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 온세상이 소금으로 뒤덮인 우유니 소금사막
ⓒ2005 이은정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인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소금사막. 차를 타고 가도 가도 눈부신 흰빛만을 뿜어내는 소금사막을 보고 있자니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이렇게 우유니 시 아래쪽부터 펼쳐지기 시작하는 이 거대한 소금사막은 그 규모가 세계 최대라고 한다.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이곳이 1억 년 전에 바다였다는 말이 비로소 실감이 간다. 예전엔 바다였던 이곳은 안데스 산맥과 함께 몇 천 미터를 융기하여 해발 3000m가 넘는 고원지대의 소금사막이 되었다. 생각만으로도 참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차에서 내려 땅을 밟아보니 소금 바닥은 매우 딱딱하고 거칠었다. 지금은 비가 오지 않는 건기라 소금 사막 전체는 이렇게 메말라 있었다.

다시 차에 올라타 끝이 없는 소금사막을 가로질러 가길 30분여. 드디어 첫 행선지인 소금 공장에 도착했다. 소금사막 한 가운데에 세워진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소금공장. 이곳에서는 차로 실어온 소금들을 불에 굽고 포장하는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유니 사막의 소금 공정은 매우 간단하다. 이곳은 염전처럼 바닷물을 끌어올리고 건조하는 노동이 필요 없기 때문에, 바닥에서 긁어낸 소금을 근처 공장으로 운반하고 불에 구운 다음 포장만 하면 된다.

소금공장 내부는 두 군데의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공장 한쪽 구석에서는 불로 소금을 굽고, 다른 한쪽에서는 봉지에 소금을 담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전등조차 설치되지 않은 어두운 공장 내부, 소금이 구워지면서 나는 탁탁거리는 소리, 불꽃에 튀어 날아다니는 뜨거운 소금 알갱이들. 이렇게 공장 내부는 완전히 아수라장이다.

▲ 소금을 봉지에 담아 불에 달군 쇠에 붙였다 떼어 포장을 하는 모습
ⓒ2005 이은정

이렇게 구워진 소금들은 바로 옆에서 포장의 공정을 거친다. 준비된 비닐봉지에 소금을 쓸어 담고, 불에 달군 쇠막대에 봉지 끝을 녹여 붙이면 포장 과정은 끝. 그런데 그 손놀림이 어찌나 재빠른지 보고 있으니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이렇게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우유니의 소금은 볼리비아 전역으로 팔려나간다고 한다.

▲ 부모님이 일하는 사이, 공장 밖 소금 바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2005 이은정

마을 사람들이 이렇게 공장에 모여 함께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공장 옆 소금사막에 앉아 소금을 장난감 삼아 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하얀 소금바닥에 반사되는 태양 빛을 피할 길이 없었는지, 서너 살밖에 안돼 보이는데도 볼이 전부 까맣게 타 갈라져 있었다.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측은한 생각이 앞섰다.

이렇게 소금공장을 구경하고 다시 차에 올라 조금을 더 달려가니, 여기저기서 소금을 캐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남자들은 곡괭이로 열심히 땅을 깨부수고, 여자들은 소금을 차가 실어갈 수 있도록 깨부순 것들을 손으로 긁어모아 군데군데 소금더미를 만들고 있었다. 이렇게 모아진 소금들은 바로 차에 실어져 아까 그 공장으로 옮겨진다고 한다.

▲ 공장으로 향할 트럭에 소금을 싣는 모습
ⓒ2005 이은정

땅에 흙의 색깔이 희미하게 드러나는 곳은 소금 채취가 끝난 곳. 반듯하게 선을 그려놓은 것처럼 파내어진 바닥 가운데에는 이렇게 소금 더미가 모여져 있었다. 땅을 아무리 긁어내도 끝없는 소금이 나오는 신비로운 이곳이 바로 우유니 소금사막이다.

▲ 소금을 캐낸 땅의 모습
ⓒ2005 이은정

소금 채취 현장을 떠나 조금을 더 달려가니 멀리서부터 희미하게 집 한 채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은 바로 소금 벽돌로 지어진 소금호텔. 소금으로 집을 짓는다는 사실이 흥미로울 뿐더러, 지구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희한한 광경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호텔에 들어가 이곳저곳을 꼼꼼히 둘러본다.

▲ 소금 벽돌로 지어진 소금 호텔
ⓒ2005 이은정

이 소금호텔은 바닥 층이 두꺼운 곳의 소금을 벽돌모양으로 잘라내어, 그것을 쌓아올려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호텔의 내부. 침대를 비롯한 장식장, 식탁, 의자 등 호텔 내의 모든 것이 소금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정말 온통 소금으로 만들어진 것들뿐이다. 하지만 관광객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이곳은 턱없이 비싼 투숙요금에 둘러보기만 하는데도 돈을 요구했다. 장삿속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소금호텔 구경을 마치고 일행은 다시 차에 올라탔다. 순백색의 눈부신 소금사막과 푸른색의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 이곳을 계속 보고 있자니 신비로움 그 자체에 빠져든다. 그런데 운전사는 이렇게 이정표도, 길도 없는 곳을 어디가 어딘지 잘도 알고 찾아다닌다.

운전사에게 어떻게 길을 아냐고 물으니, "나는 경험이 많아서 대충의 방향을 알고 있고, 앞에 난 타이어자국을 따라가면 길을 잃을 위험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 이곳에서의 운전은 투어의 경험이 많은 사람만이 가능하다고 한다. 자칫 잘못해 길을 잃기라도 하면 소금뿐인 사막 한가운데서 죽을 수도 있고, 실제로도 운전 중에 날카로운 바닥에 타이어가 펑크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날도 가는 도중, 날카로운 바닥에 타이어가 펑크 나는 일이 벌어졌지만, 운전사는 능숙하게 준비한 타이어를 갈아 끼는 등 노련함을 보였다.

▲ 펑크난 타이어를 능숙하게 갈아끼우고 있는 운전사
ⓒ2005 이은정

이렇게 다시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이슬라데 뻬스까도 섬(Isla de pescado).

조개류와 생선류 등 바다의 화석이 많이 발견된다는 이 섬은 사람 키의 두세 배나 되는 선인장들이 온 섬을 뒤덮고 있는 곳이다. 한 시간 뒤에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 일행은 짐을 풀고 섬 위로 올라갔다.

▲ 키가 5m는 될법한 커다란 선인장
ⓒ2005 이은정

올라가는 길. 멋들어지게 생긴 선인장은 섬 전체에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다. 이 선인장은 1년에 1cm밖에 자라지 않는다고 하는데, 과연 이렇게 거대해지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생각하니 세월의 장구함이 느껴진다.

정상에 올라 내려본 사막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선인장이 뒤덮은 섬을 배경으로 한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소금 사막. 이곳에서 바라본 우유니 사막은 이날 최고의 절경을 자랑했다.

▲ 섬 정상에서 내려다본 우유니 소금사막의 절경
ⓒ2005 이은정

이렇게 섬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니 섬 한켠에 점심상이 차려져 있다. 점심상이래봤자 소금 바닥 위에 식탁을 세우거나 바위에 걸터앉아 먹는 것이지만, 소금 사막의 절경과 함께 금방 요리한 음식을 먹는 맛은 그 어느 때보다 훌륭했다.

▲ 소금 사막에서 즐기는 점심상
ⓒ2005 이은정

이렇게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또 다시 신기루 속을 한 시간여 달리자 이제 소금사막도 끝이 난 듯 갈색 땅이 보이기 시작한다.

군데군데 흙에 소금이 엉겨 붙어 있는 것들이 보이긴 했지만, 이제부터는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가 펼쳐진다. 우유니 사막을 돌아보는 여정은 보통 4일의 일정인데, 이렇게 새하얀 소금 사막을 볼 수 있는 날은 첫째 날뿐이라고 한다. 이런 절경을 다시 볼 수 없다는 마음에 왠지 아쉽기만 하다.

하루 종일 소금사막을 누빈 일행은 오후 5시경, 첫 번째 밤을 지낼 산후안 마을에 도착했다. 황량한 벌판 위에 흙으로 지어진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 마을. 숙소는 샤워는커녕 간신히 찬물로 씻을 수 있을 정도의 시설밖에 갖추고 있지 않은데다, 건물이 흙으로 지어진 탓에 온도가 내려가는 밤에는 매우 춥다고 한다.

하지만 숙소의 시설 같은 것이 지금 뭐 그리 중요하랴.

산 너머로 내려가는 태양을 보며 오늘 하루 동안의 믿지 못할 광경들을 되새긴다. 대자연의 신비가 만들어 낸 지구 최대의 소금 사막 우유니. 그 눈부신 하얀 벌판이 아직도 눈앞에 어른거리는 듯하다.

/배한수 기자

덧붙이는 글본 기사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이은정 기자(ppojak)에게 있습니다.우유니 여행기는 총 3부로 연재됩니다.본 기사는 중남미 동호회 "아미고스(http://www.amigos.co.kr)에 칼럼으로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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