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영 교사의 책읽기 수업 보니

입력 2004. 12. 26. 05:43 수정 2004. 12. 26.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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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어떤 책 볼까? 주인공이라면…읽은 느낌 그림으로 그려볼래~질문 대화통해 아이들 속으로 “이 시간에는 선생님이 책을 읽어 줄 생각인데, 지난번에 읽다 말았던 〈영모가사라졌다〉를 읽을까요, 아니면 새로운 책을 읽을까요?” 지난 17일 서울 한천초등학교 5학년 3반 교실. 담임인 이순영(31) 교사가 운을떼자, 아이들은 “〈영모가 사라졌다〉를 마저 다 읽자”며 아우성이다. 이야기가어떻게 끝을 맺는지 궁금해 못 참겠다는 표정들이다. 〈영모가 사라졌다〉는공부만을 강요하고 툭하면 매를 드는 아버지를 피해 주인공인 영모가 환상의세계인 ‘라온제나’(‘즐거운 나’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떠난다는 줄거리의장편동화다.

이 교사는 책을 다 읽어 준 뒤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영모가 집으로돌아가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계속 ‘라온제나’에서 사는 게 좋을까요?” 33명의아이들 가운데 5명이 “돌아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아버지가잘못을 뉘우치긴 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마음이 변할 수도 있다”고 이유를밝혔다. 반면, 나머지 아이들은 “아버지도 마음이 달라졌고, 서로를 이해하게됐으니까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답했다. 발표가 끝난 뒤에는 독후표현활동으로 각자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종이에 그렸다. 또종이 뒷면에는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한 사람씩을 고르고, 그 이유를 써 보는활동을 했다. “아빠가 평소에 나에게 무섭게 대하시는데, 이 책을 읽어 보고반성했으면 좋겠다”고 쓴 아이들이 가장 많았다.

왕명선(12)양은 “선생님이 실제 동화 속 주인공처럼 실감나게 책을 읽어 주시기때문에 나 혼자 읽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며 “그래서 선생님이 읽어 주신 책은도서실에 가서 또 빌려 읽게 된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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