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이자 과학 저술가의 성장기 "화학사랑"눈길

2004. 3. 1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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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엉클 텅스텐: 꼬마 올리버의 과학 성장기올리버 색스 미국 뉴욕대 신경과 교수 올리버 색스는 미국 출판계에서 ‘의학계의 음유시인’혹은 ‘20세기 최고의 임상의학 저술가’로 통한다. 그는 신경과 의사로서 자신의경험을 바탕으로 신경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흥미로운 에세이들을 담은<소생>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등을 펴내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 겸과학저술가가 되었다. 파킨슨 환자 치료 경험을 담은 <소생>(Awakenings)은 로빈윌리엄스와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한 같은 이름 영화로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로,그의 글은 과학에세이면서도 독자들에게 각별한 감동을 준다.

늘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바탕으로 어렵고 복잡한 과학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풀어내는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술회하는 책을 내놓았다. 이 책 <엉클텅스텐…>(이은선 옮김・바다출판사 펴냄)에는 그가 도대체 어린 시절을 어떻게보냈길래 과학에 대한 재미에 푹 빠져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됐는지에 대한 답이담겨있다. 과학소년 시절에 대한 회고록이기도 한 이 책은 제 2차 세계대전과 함께폭풍처럼 찾아온 ‘화학에 대한 열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한 소년의 사춘기를그리고 있다.

외할아버지는 만물박사이면서 발명가, 부모님은 모두 의사,물리학・수학・화학・지질학 등을 전공한 삼촌이 무려 7명. 그야말로 ‘과학자집안’에서 자란 그는 자연스럽게 과학에 호기심을 느낀다. 그러나 누구보다도그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스승은 텅스텐 필라멘트를 이용해 백열전구를만드는 공장을 운영하던 외삼촌 데이브였다.

‘엉클 텅스텐’ 데이브는 호기심으로 가득찬 소년 올리버를 자신의 공장실험실로 데리고 가서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텅스텐 삼촌의영향으로 올리버는 금속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된다. 집 안에 실험실을 마련해놓고온갖 실험을 시도해보는가 하면, 실험현상 이면에 숨어있는 원리를 알아내거나의문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달려가곤 한다. 올리버에게 화학이론은호기심과 궁금증에 해답을 제시해주는 이론이었던 것이다.

올리버의 화학 열정은 14살이 되던 무렵 급격히 사그라지기 시작한다. 새로등장한 양자역학은 화학소년에게서 화학에 대한 매력을 송두리째 빼앗아간다. 예측가능하고 간결하게 맞아떨어졌던 화학은 19세기와 함께 끝나고, 양자역학이지배하는 불확실한 화학의 시대가 새롭게 열렸기 때문이다. 올리버의 관심은자연스레 화학에서 의학으로 옮겨가지만, 독자들은 쉽게 알아챈다. 한때나마치열했던 화학 열정이 그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학문적 자양분이 되었다는사실을.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사람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청소년들이다. 어린올리버가 과학이라는 흥미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좌충우돌 벌어지는여러 사건들을 가장 재미있게 읽을 독자들은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학창 시절 한때, 과학적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 부모님께 질문세례를 퍼붓거나 실험을 한답시고 사고를 친 적이 있다. 설령 지금은 그런호기심을 모두 잊고, 워즈워스의 말처럼 ‘찬란했던 영광이 평범한 일상의 빛으로바래가는 과정’을 거쳐 어른이 되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 책은 한때나마과학자의 꿈을 키웠던 모든 어른들에게 아련한 기억의 저편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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