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 코리안 리포트]임시 구원 투수 류현진의 미래

조회수 2017. 5. 27. 10: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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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등판 4이닝 무실점 세이브 같은 경기를 자주 봐서는 안되는 이유와 선발 복귀 당위성

26일 벌어진 LA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일전에서 코리안 빅리거가 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그 주인공은 우리 모두가 당연히 예상했던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카디널스의 ‘파이널 보스’ 오승환(35)이 마지막 이닝을 강력한 구위로 틀어막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에 진출한 이후 단 한 번도 구원 등판한 적이 없었던 류현진(30)이 자신의 첫 불펜 출격을 세이브로 장식한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무려 4이닝을 소화하면서 피안타 2개 무실점의 호투로 카디널스 타선을 막아내며 팀의 승리를 지켰습니다.

MLB 데뷔 후 64번 경기에 나설 동안 단 한 번도 구원 등판은 없었습니다.

KBO리그에서 뛸 때도 190경기에 나서는 동안 구원 등판은 딱 9번 뿐. 그나마 마지막으로 불펜에서 몸을 풀고 경기에 나선 것은 2011년 10월이었으니 거의 6년 전의 일이고, 마지막이자 유일한 세이브는 지난 2006년 10월2일 두산 베어스 전이었습니다.

당시에도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긴 이닝 세이브를 기록했는데, 이제 류현진은 한국에서 1번, 미국에서 1번씩 세이브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26일 MLB 데뷔 후 첫 구원 등판에서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기록한 류현진이지만 그의 불펜 대기는 한시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저스SNS

선발 투수는 선발 투수의 자존심이 있고, 구원 투수는 구원 투수의 자존심이 있으며, 마무리 투수는 마무리 투수의 자존심이 있습니다.

큰 수술을 받고 2년 만에 복귀해 다시 선발 투수의 자리를 찾아가던 류현진에게 구원 등판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닙니다. 어색한 구원 등판 초반 굳은 표정을 감출 수 없던 류현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집중하며 까다로운 카디널스 타선을 유연한 변화구 위주의 피칭으로 요리하는 그의 모습은 ‘투수 장인’의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상황이 만든 구원 등판이었고, 반길 수 없는 자존심의 작은 흠집도 있었지만 '팀보다 앞서는 선수는 그 누구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경기 후에도 (대외용 발언이기도 하지만) ‘팀을 위해 던지고 싶었다. 그래서 (구원 등판을) 받아들였다.’라고 말했습니다.

 류현진의 구원 등판을 놓고 우리 언론 만큼이나 현지 언론도 말들이 많고 의견도 분분합니다.

결정과정을 보면 다소 불편하고 어색한 부분도 있습니다. 부상이나 수술을 거친, 팀에서 비중이 있는 선수의 보직 변경은 코칭스태프만의 결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게 MLB입니다. 그런데 이날의 결정과 최근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류현진의 불펜 배치 결정은 현장보다는 프론트에서 주도한 것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풍깁니다.

며칠 전부터 전조는 보였습니다. 로버츠 감독의 입을 통해서 가능성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는데, 현역 시절부터 현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로버츠 감독이나 허니컷 투수코치가 수술을 받고 복귀한 유능한 선발 요원을 구원으로 쓴다는 결정을 내렸을 리는 만무합니다. (로버츠는 외야수로 10년간 클리블랜드, LA 다저스, 보스턴,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뛰었고, 허니컷은 21년간 8개 팀에서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101승을 거둔 경력이 있습니다.)

이날 경기 전 화상 회의에서도 류현진의 어깨 수술을 집도한 다저스 팀 닥터 닐 엘라트라체 박사는 구원 등판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그런 회의 등은 그저 보여주기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한 것이었음이 이날 구원 등판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미 프론트에서는 ‘일단’ 류현진의 불펜 배치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로버츠 감독은 아직은 프론트에 앞설 위상을 쌓지 못한 젊고 경험이 적은 감독입니다. 안 그래도 MLB는 ‘단장 야구’ 내지는 힘없는 단장 위의 ‘현장 담당 사장의 야구’가 대세입니다. 시카고 컵스의 테오 엡스타인 사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며, 다저스의 앤드루 프리드맨 역시 유사한 권력자입니다. 로버츠 감독이 목소리를 낼 구조가 아닙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는 류현진이기에 구단의 선택의 폭이 좁을 수는 있습니다. 구단은 마이너에 가서 당분간 정기적으로 선발 등판하며 어깨와 팔 등 피칭에 필요한 부분을 더욱 강화하고 구속을 끌어올려 최상의 상태를 만들기를 원할 수는 있지만 류현진이 그런 제안을 받아드릴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이미 빅리그에서 던지면서 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음을 경기마다 보여줬습니다. 아직 기복이 있지만 그건 수술을 결정한 구단에서 안고갈 일입니다. 2년간의 혹독한 재활 과정을 견디면서 선수는 자신의 몫을 했습니다.

중요한 것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입니다.

불펜 전환 뿐 아니라 트레이드 설, 마이너 설 등 이런 저런 이야기는 많습니다. 그러나 모두 낭설에 불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마이너 행은 이미 가능성이 없음이 드러났습니다. 류현진이 혹시라도 몸 상태가 불편해져 재활 등판이 필요한 경우라 아니라면 마이너로 갈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트레이드?

류현진은 데뷔 후 첫 두 시즌에서 WAR 7.4를 기록했습니다. 현지 평가로 따지면 약 6000만 달러어치의 활약을 이미 했습니다. 그의 올해와 내년 연봉은 각각 783만3000달러입니다.

WAR 가치로 따지면 약 1 정도입니다. 류현진이 올해 WAR 1의 기여도도 못 보일까요? 내년에는 올해보다 훨씬 좋아질 가능성은 농후합니다.

물론 어깨 수술 후 재기라는 변수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MLB 팀에게 정말 미미한 가치의 연봉일 뿐입니다. 그런 선수를 트레이드 한다면, 얼마나 좋은 반대급부를 받을지를 여부를 떠나, 프론트의 안목이나 자격이 없다고 봐야합니다. 그러므로 트레이드 가능성은 아주 아주 희박합니다. (그나마 야구에서 ‘절대 불가’는 없다는 전제 때문에)

게다가 류현진은 포스트 시즌이 증명된 투수입니다.

몸 상태의 다소 어려움도 겪으면서 등판했던 3번의 포스트 시즌 경기에서 류현진은 1승 평균자책점 2.81을 기록했습니다.

클레이턴 커쇼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세인트루이스를 두 번 만나 13이닝 1실점으로 ERA가 0.69였습니다.

커쇼를 뺀 다른 선발의 포스트 시즌 성적을 볼까요? 마에다는 류현진과 같은 3경기에서 1패 6.75를 기록했습니다.

리치 힐은 4경기 1승2패 4.50이고, 알렉스 우드는 구원 등판한 4번 해 승패 없이 4.91을 기록했습니다. 브랜던 매카시는 12년 빅리그 경력 동안에 포스트 시즌에 나선 경기가 없습니다.

커쇼를 빼면 하나 같인 포스트 시즌 경험이 많지 않고, 부상 전력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이 투수들 중에 그래도 ‘빅 게임’에 믿고 공을 맡길 수 있는 투수를 선택하라면 맨 앞자리에는 류현진이 있습니다.

밝히지 않는 구단 수뇌부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재주는 없습니다.

그러나 류현진의 불펜 대기는 한시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투수들의 성적과 몸 상태와도 관련이 클 것이고, 선발 복귀 의사가 확고한 류현진의 의지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큰 변수는 아니지만 다음 달 중순부터는 휴식 없이 20연전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류현진이 일반 구원 투수처럼 상시 대기하고 짧은 이닝을 던지며 자주 등판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크나큰 판단 착오이고, 류현진의 커리어도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다저스 수뇌부가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한두 번 26일과 유사한 긴 이닝 구원 등판이 있을 수는 있지만 류현진의 선발 복귀는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지금 류현진의 자리는 마에다 혹은 우드가 대처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MLB 투수 출신인 짐 바우튼은 그의 베스트셀러인 ‘BALL FOUR’에서 ‘투수는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면 더 이상 공을 못 던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를 안고 산다.’라고 썼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팔 감각이 어떤지 휘둘러 보는 것’이라고도 적었습니다.

야구 선수 평생을 선발 투수로 살았고, 선수 생명을 건 큰 수술을 마치고 난 류현진도 아마 이런 생각을, 이런 행동을 할 것입니다. 그런 어려움과 고통과 공포를 딛고 일어선 류현진에게 구원 투수라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히는 일은 조만간 종지부를 찍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결론이 될 것입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Wikipedia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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