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코끼리 '코식이', 외로워서 한국말 배웠다

2012. 11. 2. 15: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에버랜드 말하는 코끼리, 세계적 학술지에 게재·인정

"좋아, 안돼, 누워, 아직, 발, 앉아, 예" 등 7마디 단어 따라해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의 음성 발성을 연구한 논문이 2일 저명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온라인판에 실렸다. 커런트 바이올로지는 인용지수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학술지이다.

올해 22살인 코식이는 몸무게 5.5t의 아시아 코끼리로서, 사육사가 평소에 사용하는 "좋아, 안돼, 누워, 아직, 발, 앉아, 예" 등 모두 7마디의 단어를 따라 할 수 있다. 이에 독일의 생물 물리학자 대니얼 미첸 박사와 코끼리 음성 의사소통 전문가인 오스트리아 안젤라 슈토거-호르바트 박사는 2010년부터 에버랜드 동물원과 코식이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연구 초점은 코식이가 인간 이외 종에게는 형태학적으로 불가능한 '언어 모방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에버랜드 동물원 수의사들과 슈토거-호르바트 박사를 포함한 외국 연구진은 코식이 음성과 영상을 기록해 다른 아시아 코끼리의 소리를 비교 분석하는 등 정밀 연구를 진행해왔다. 연구 결과, 코식이가 사람의 말을 따라 할 때는 아시아 코끼리가 내는 194개의 울음소리와 매우 다른 주파수를 사용하며 이것이 사육사의 음성 주파수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코식이가 사육사들과 사회적 유대를 강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음성학습이 비롯된 것임을 연구진은 밝혀냈다. 논문 저자 슈토거-호르바트 박사는 "코식이의 소리 모방 능력은 사람의 음성 학습 능력의 진화적 측면과 생물학적 측면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며 "코식이가 새로운 단어를 학습하거나 현재 발성하는 단어의 표현이 개선될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포유류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구사하는 것에 대해 과학적으로 조사·기록된 것은 '코식이'이 사례가 처음이어서 과학계에서도 중요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에버랜드 쪽은 설명했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지난 4월 코식이의 말하는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한 어린이용 도서 <좋아 좋아 말하는 코끼리>를 출간했다. 현재 코식이는 에버랜드의 사파리 확장 공사로 내년 봄 새로 문을 여는 새 사파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물바람숲바로가기

인도코끼리 코식이는 '외로움' 때문에 말을 하기 시작했다에버랜드 22살 인도코끼리 2004년부터 사육사 말 흉내 시작사회적 유대 중요한 시기 홀로 지내, "음성 학습으로 종 장벽 뛰어넘은 사례"

에버랜드 동물원의 22살 난 수컷 인도코끼리 '코식이'는 '말하는 코끼리'로 유명하다. '좋아' 등 몇 가지 단어를 사람처럼 말해 외신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코식이의 이런 특별한 능력에 주목해 학술적으로 연구한 논문이 저명한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1일치에 실렸다.

앙겔라 스퇴거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 인지 생물학자 등 연구자들은 이 논문에서 코식이의 '말'을 음성학적으로 분석하는가 하면 한국인이 그 말을 얼마나 알아듣는지, 어떻게 말을 시작하게 됐는지 등을 알아봤다.

연구자들은 코식이가 흉내 낼 수 있다고 사육사가 주장한 6개의 단어를 녹음해 16명의 한국인에게 들려 주고 소리 나는 대로 적어 보라고 요청했다(이밖에 '예' '발''아직' 등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연구는 6개 단어에 국한했다). 그랬더니 '안녕' '앉아' '아니야' '누워' '좋아' 등 5개를 성공적으로 흉내 낸다는 것을 확인했다.

코식이는 자음보다는 모음을 정확히 발음했는데, 모음을 제대로 흉내 낸 비율은 67%였다. 예를 들어 코식이가 '좋아'라고 흉내 낸 말을 들을 한국인의 38%는 '보아'로 23%는 '모아'로 들었다. 정답률은 '안녕'이 56%, '아니야'가 44%, '누워'가 31%, '앉아'가 15%였다.

연구진은 특히 코식이가 사람 특히 사육사 김종갑씨 목소리의 음색과 높이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는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연상태에서 성대가 긴 코끼리는 사람보다 훨씬 주파수가 낮은 소리를 낸다.

코식이는 코를 말아 입속에 넣어 성대에 바람을 불어넣고 입술로 바람 세기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말을 흉내 낸다. 연구진은 이것을 "학계에 보고된 바 없는 전혀 새로운 발성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코끼리는 윗입술이 코와 합쳐져 긴 코가 됐기 때문에 '우'와 같이 입술을 둥글게 모아야 내는 모음을 발음할 수 없는데, 이런 형태적 한계를 극복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오랑우탄은 나뭇잎이나 자신의 손으로 소리를 조절하는 예는 보고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식이는 단지 말을 흉내 낼 뿐 말을 이해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논문은 밝혔다.

그렇다면 코식이는 왜 '말'을 하기 시작했을까. 연구진은 이 코끼리의 생애사에서 그 단서를 찾았다. 코식이는 1990년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나 1993년 에버랜드로 옮겨졌다. 그로부터 2년 뒤까지 코식이는 두 마리의 암컷 인도코끼리와 함께 지냈다.

하지만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코식이는 홀로 지냈는데, 사육사 등 사람이 유일한 동료였다. 사육사는 2004년 코식이가 말을 중얼거리는 것을 발견해, 아마 그 이전부터 코식이는 말을 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배경으로 보아 "코식이가 말을 흉내 낸 결정적인 요인은 유대와 발달이 중요한 시기에 동료 코끼리 없이 인간과만 접촉할 수 있었던 사회적 결핍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코식이가 이런 사회적 환경 속에서 말을 흉내 내는 능력을 개발했다는 것은 음성 학습이 특수한 상황에선 종의 벽을 넘어선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기능이 있을 수 있음을 가리킨다"고 덧붙였다.

한편, 카자흐스탄 동물원에서도 인도코끼리가 러시아어와 코자크어를 중얼거린다고 알려져 있으나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은 없다고 논문은 밝혔다.

코식이는 현재 열 살짜리 암컷 코끼리와 함께 살고 있다. 코끼리는 매우 지적이며 사회성이 강해 무리의 유대를 유지하는 것이 동물복지의 핵심 과제로 알려져 있다.

미국 동물원 및 수족관 협회는 번식을 위한 코끼리는 6~12마리 무리를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고 영국 동물원 수족관 협회는 2살 이상의 암컷을 적어도 4마리 이상 함께 둘 것을 권하고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toeger et al., An Asian Elephant Imitates Human Speech, Current Biology (2012), http://dx.doi.org/ 10.1016/j.cub.2012.09.02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나·들] 피범벅 환자 옆엔 탈진한 연예인…문재인 "말뒤집는 새누리, 정치가 장난이냐"아파서 '밥줄'인 마늘농사 접는데 지원 실종…"죽어삘라요"남의 PC속 사진이 내 스마트폰에? '갤럭시S3' 사진공유 논란롯데월드 입장권 휴지조각된 사연나체 사진보다 더 관능적인 '푸드포르노'는?[화보] 내곡동 진실 밝혀질까?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