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流 전파하는 '아리랑 프린스'

양지호 기자 2016. 10. 20.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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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 더 웨이브' DJ 아드리안 리] 5년 동안 아리랑TV 라디오 진행, 200국 청취자에 K팝·우리말 소개 "앞으로도 쭉 한국 문화 홍보대사"

'굿모닝팝스'에서 팝송 들으며 영어를 익히는 게 유행이던 때가 있었다. 아리랑TV(국제교류재단)의 라디오방송 '캐치 더 웨이브'는 거꾸로다. 한류 팬들이 라디오로 K팝을 들으며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는 한국어판 굿모닝팝스. 매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영어로 진행하는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세계 각지에서 들어오는 K팝 신청곡을 틀면서 요일별로 한국어 상식, 한국 문화, 음식, 여행 정보 등을 전한다. 인터넷 사이트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200국에서 이 프로그램을 청취한다. 게시판에 매일 100건 넘는 글이 올라올 정도로 인기다.

2012년 프로그램 시작 때부터 진행을 맡아 지난 9일 1651회 방송을 마지막으로 하차한 아드리안 리(33)를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아리랑TV 본사에서 만났다. 8층 라디오 녹음실 복도에 있는 세계지도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팬레터 수십 장이 붙어 있었다. 아드리안 앞으로 온 편지 중 일부다. 팬들은 그를 '아리랑 프린스(아리랑 왕자)'라고 부른다.

그는 프랑스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를 둔 프랑스인이다.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이듬해 프랑스로 건너가 유년기 대부분을 파리에서 보냈다. "학교에 한국계라고는 저밖에 없었어요. 중국과 베트남만 아는 파리 친구들에게 쭉 한국을 알려온 셈이죠. 메뉴 하나가 20유로(약 2만5000원)가 넘는 프랑스 한식당에 데려가 음식까지 사먹이면서요."

그는 점심식사를 10분 만에 마치는 한국의 역동적인 문화에 끌렸다며 씩 웃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한국과 프랑스가 맞붙었을 때 파리 한국 대사관 앞에 모여 붉은 티셔츠를 입고 한국을 응원했어요. 붉은 악마의 열정에 감동해 절로 한국을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프랑스 공대에서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받고 2008년 한국에서 잠시 쉬며 한국 문화를 익히던 중 방송과 인연이 닿았다. "동생 올리비아(31)가 한국 엔터테인먼트 소개 프로그램 '쇼비즈 코리아' 진행자 오디션에 함께 나가자고 했어요. 같이 면접 봤던 동생은 떨어지고 제가 덜컥 붙었죠." 이후 라디오 진행을 맡게 되면서는 제목도 직접 지을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캐치 더 웨이브'라는 제목은 서퍼가 파도에 올라타듯 한류에 올라타라는 뜻으로 지었어요."

라디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겠다는 아이디어도 그의 작품. 대도시에 살지 않으면 한국어를 배우기 어려운 외국 한류 팬들을 고려했다고 한다. "2007년 한국에 살 때 수첩을 들고 다니며 모르는 한국어를 받아 적고 친구들에게 물어봤어요. 석 달이면 수첩 하나를 다 써서 지금 집에 10권 정도 있어요. 그 경험이 한류 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줄 때 큰 도움이 돼요." 청취자가 한국어를 녹음해 보내면 틀린 표현과 발음을 수정해줬다.

지난 9일 방송을 끝으로 그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자 외국 팬 수백 명이 청취자 게시판에 "매일 오후 6시면 아드리안 목소리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는데…"라며 아쉬움의 글을 남겼다. 그는 "5년 가까이 매일 생방송 일정이 계속되다 보니 재충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쇼비즈 코리아' MC는 계속 맡고 있다. "앞으로 무엇을 하더라도 저는 평생 한국 문화 홍보 대사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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