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 부상자 4명 살린 '관광버스 의인'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누구라도 그 상황에선 그렇게 행동했을 것입니다."
13일 밤 19명의 사상자를 낸 관광버스 참사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긴 소현섭(30·사진)씨는 자신의 선행을 '누구라도 당연히 했을 일'이라고 했다.
작년에 강원 동해시 묵호고에 윤리 교사로 부임한 소씨는 이날 어머니 생신(15일)과 아버지 환갑을 맞아 고향인 경남 창원으로 가는 길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승용차로 경부고속도로 언양 IC 부근을 가고 있을 무렵 70m 앞 지점에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차선 분리대를 들이받은 버스는 이미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사고 버스에서 기름이 흘러나오면서 도로에도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자칫 버스가 폭발할 수 있어 현장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쉽사리 승객 구조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소씨는 곧바로 1차로에 자가용을 세우고 사고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소씨는 "불길이 너무 커 무서웠지만, 버스 안에 있는 사람을 구조하겠다는 생각에 달려들었다"고 했다.
소씨는 119구조대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다. 그 뒤 버스에 남은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유리창을 깨던 시민을 도왔다. 이런 구조 활동에 일부 승객은 버스에서 탈출했지만 다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소씨는 사고로 고속도로가 막혀 구급차가 늦게 도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고 한다. 그는 급히 자기 차량에 출혈 등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는 부상자 4명을 태워 울산의 병원으로 이동했다. 소씨는 울산 지리를 몰랐지만 119에 전화를 걸어 병원 위치를 파악해, 울산의 한 병원으로 환자들을 옮겼다. 병원에 도착한 그는 자신의 직업만 밝힌 채 자리를 떠났다.
소씨의 신속한 구조 활동 덕분에, 소씨 차량으로 병원을 간 부상자 4명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씨는 "더 많은 승객을 대피시키지 못한 것이 아직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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