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신비'의 포크 전설, '진실'의 문장으로 인정받다

김고금평 기자 2016. 10. 1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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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내한 밥 딜런에 대한 기억.. 인터뷰도 거절하던 독선의 그, 무대를 떠날 땐 정중했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0년 내한 밥 딜런에 대한 기억… 인터뷰도 거절하던 독선의 그, 무대를 떠날 땐 정중했다]

2010년 내한 당시 밥 딜런의 모습

포크 음악의 살아있는 전설로 평가받는 밥 딜런(본명 로버트 앨런 짐머맨·75)은 '오만'과 '신비'라는 두 키워드로 정리된다. 그의 삶은 이 단어들로 늘 몸살을 앓았다. 언제나 당당하다 못해 거만하게 굴었고, 그를 둘러싼 일들은 소문에 그치기 일쑤였다.

대표적인 신비주의 전략이 1965년 오토바이 사고. 딜런이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났는데, 그날 언론은 '딜런의 목이 부러지고, 의식을 잃었다'고 과잉 보도했다.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을 정도로 딜런은 신비주의 전략으로 일관했다. 이 전략은 그러나 의외로 잘 먹혔다. 잇따른 결혼 실패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그는 커다란 부와 명예를 얻었기 때문. 유태인이지만 기독교에 귀의해 한때 비평가들로부터 '상업성을 위해 자신의 영혼까지 팔아먹는다'는 비판도 받았다.

2010년, 48년 만의 내한 공연 밥 딜런… 신비주의 무대→신사다운 모습

지난 2010년 48년 만에 한국을 찾은 딜런은 여전히 '오만'한 자세로 한국 팬들과 만났다. 내한공연에 앞서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거절한 태도까지는 그렇다 쳐도, 공연에서조차 그의 얼굴을 비치지 않은 건 '독선'에 가까웠다.

전광판 하나 설치돼 있지 않은 무대에서 6명의 멤버 중 카우보이 모자를 쓴 주인공을 찾는 데 10분 이상 걸린 이 공연은 관객을 위한 배려를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우리가 기억하는 서정과 절제를 통한 감동적 포크 음악은 2시간 가까운 공연 시간 내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신비주의 전략'은 이 무대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앙코르곡이 나올 때까지 그는 단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고, 유일한 말은 멤버 소개와 "탱큐 팬스(Thank You, Fans)"가 전부였다.

그러나 그의 첫 내한무대는 음반이나 영화로 기억하는 은유적인 딜런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독특한 실험(전자기타 사용)으로 포크록의 명성에 먹칠했던 '뉴포크 페스티벌'에서의 직설적인 딜런의 모습을 회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각별한 공연으로 기억됐다.

무대를 떠날 때 신사답게 정중한 인사로 '오만'의 껍질을 벗고,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이나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 같은 히트곡을 앙코르 송으로 끝내 외면하지 않아 '신비주의' 느낌도 없앤 딜런의 '뒤늦은 화해'는 공연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토드 헤인즈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아임 낫 데어'에선 딜런의 '신비주의'가 추상과 모호함이란 단어를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6명의 배우가 7명의 밥 딜런을 소화한 장면 어디에서도 딜런은 찾을 수 없다. 그건 딜런 스스로 어떤 상황에 대해 명확히 답을 내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모호한 삶처럼 딜런도 이 영화에서 각기 다른 자아의 이름으로 나온다. 11살 흑인소년 우디(마커스 칼 프랭클린), 포크음악계의 스타 잭(크리스찬 베일―목사 존 역 등 1인2역), 잭을 연기하는 영화배우 로비(히스 레저), 변절자 취급을 받는 쥬드(케이트 블란쳇), 무법자 빌리 더 키드(리처드 기어), 자신을 랭보로 소개하는 스무살 청년(벤 위쇼) 등이 딜런의 다양한 삶의 영역에 놓여있다.

딜런의 정체가 온전히 밝혀진다면 그건 딜런의 모습이 아니라는 역설이 가능한 영화이기도 하다. 다만, 딜런의 가장 진실한 모습은 영화 마지막 장면의 마무리 멘트에서 잠시 읽을 수 있다. "획일화되고 정형화된 수학적인 전통가요에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를 어떻게 차용할 수 있을까. 그런 정치적인 음악은 죽었다. 난 전통가수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모든 것을 음악에 담는 뮤지션일 뿐이다."

모호한 삶, 진실한 언어… 끝없는 상상력과 도전이 일군 수상

음악의 관점에서만 보면, 딜런은 확실히 '진실의 문'과 연결된 듯하다. 모호한 정체성에서도 그의 가사는 때론 서정의 감성으로, 때론 사회 현실에 눈을 뜨며 인간의 본성을 깨우는 마법을 발휘한다. 노벨문학상이 주목한 것은 모호한 정체성에서 빛나는 '진실의 횃불' 같은 언어와 그 언어가 발휘하는 영향력이었다.

유태계 집안에서 태어난 밥 딜런은 통기타 하나로 세계 포크 역사의 전설이 된 뮤지션이다. 비음이 섞인 독특한 음색과 중저음의 톤은 밥 딜런을 기억하게 하는 보증수표다. 당시 포크계에서 그의 목소리는 이단 중의 이단이었다. 그러나 시인 못지 않게 깊이 있는 가사와 심금을 울리는 중저음은 금세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블로잉 인 더 윈드', '라이크 어 롤링 스톤' 같은 그의 히트작엔 가수의 면모보다 시인이나 철학자의 모습이 거세게 드리워있다. 그는 특히 인종차별 반대, 반전, 반핵 등 정치적이고 사회성 짙은 음악을 끊임없이 발표하며 사회적 화두를 던진 대중음악의 대표적 아이콘이다. 밥 딜런은 음악적으로는 포크 음악과 록을 결합한 음악 스타일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혁명가로도 평가받고 있다. 또 미국의 음악잡지 롤링 스톤이 선정한 역대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 2위(1위는 비틀스)에 오른 바 있다.

그의 음악 세계는 언제나 내면을 지향하는 깊이 있는 의식가의 행보를 밟았고, 음악 스타일은 포크와 록을 결합한 파격과 도전의 연장선 상에 머물러 있었다. 위대함이란 그런 것의 결과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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