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벽 허물고 사랑 나눔 17년
난치병 어린이를 돕기 위해 8일 서울 강북구 바자회에 모인 종교인들. 왼쪽부터 수암 화계사 주지 스님, 손희송 천주교 서울대교구 총대리주교, 이기양 수유1동 성당 주임신부, 김정곤 송암교회 담임목사. 강북구청 제공 |
8일 서울 강북구 한신대 신학대학원 운동장에는 수유1동 성당, 화계사, 송암교회 신도와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음식을 만들고 커피 등 음료수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한편에서는 기증받은 물건을 손질하고 있었다. 세 종교는 난치병 어린이 돕기 성금 모금 ‘종교연합 사랑의 바자회’를 위해 매년 한 번씩 모인다. 2000년 처음 시작된 뒤 올해로 17회째를 맞았다.
수유1동 성당 이종남 주임신부와 화계사 성광 주지 스님이 10여 년 만에 다시 만난 게 바자회의 발단이 됐다. 1988∼89년 2년 동안 육군 1군사령부에서 군종신부와 군법사로 함께 복무했던 두 성직자는 “함께 힘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평소 소신을 실천하기로 뜻을 모았다. 인근 송암교회의 박승화 당시 목사도 이런 뜻에 공감하면서 바자회가 시작됐다. 올해는 순번에 따라 천주교가 행사를 진행했는데 손희송 천주교 서울대교구 총대리주교가 직접 바자회를 찾아 격려했다.
바자회 수익금은 전액 강북구 내 난치병 어린이를 돕는 성금으로 쓴다. 2000년 처음에는 2000만 원을 7명에게 지원했으나 이후 성금액이 늘어나 최근에는 6000만∼7000만 원을 20명의 아이에게 나눠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9억3580여만 원으로 307명의 아이를 도왔다.
화계사 수암 주지 스님은 “이 자리를 찾은 사람들의 몸짓이 기적을 불러일으키고 사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손 총대리주교는 “세 종교가 각자의 색깔이 있지만 ‘그분’을 대신 대표해 세상에 사랑을 전파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이날 행사를 평가했다.
동네 주민들은 바자회장에 전시된 아이들의 사진과 치료 경과에 대한 소식을 읽어 보며 함께 기뻐했다. 바자회의 흥을 돋우기 위해 신도들도 오후 내내 돌아가면서 공연을 했다. 행사를 지원한 강북구 박겸수 구청장은 “백혈병에 걸렸던 초등학교 소녀가 최근 완치 단계라는 기쁜 소식을 구청에 알려왔다”며 “화합의 불씨가 더 많은 곳으로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지현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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