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점점 굳어 가겠지만 생명 같은 글 계속 쓸 겁니다

2016. 10. 10.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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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과 싸우며 69세에 등단한 수필가 최세환씨

[서울신문]“신은 공평합니다. 제게 파킨슨병을 주셨지만, 글을 쓸 수 있는 은혜도 주셨죠. 그래서 감사합니다.”

파킨슨병과 싸우며 수필을 쓰는 최세환씨가 9일 광주의 자택에서 집필을 하고 있다.최세환씨 제공

9일 파킨슨병과 싸우며 69세에 등단한 늦깎이 수필가 최세환(70)씨는 “내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 온다 해도 살아 있는 동안은 글을 쓸 것”이라며 “글쓰기는 내게 생명과도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하루 7시간·한 편 완성에 두 달

그는 파킨슨병의 통증을 ‘뼈를 후벼파는, 손쓸 수 없는 아픔’이라고 표현했다. 최씨가 통증과 싸우며 수필 한 편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두 달 정도다. 독수리 타법으로 더듬더듬 자판을 30분쯤 치면 힘이 빠져서 1시간은 쉬어야 한다. 그는 이런 식으로 매일 7시간씩 글쓰기에 매달린다.

파킨슨병은 신경세포가 소멸돼 뇌 기능에 이상이 일어나는 질병이다. 손 떨림, 움직임의 느려짐, 근육 경직, 자세 불안정, 우울증, 불면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국민보험건강공단에 따르면 2014년까지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8만 4771명이다.

●15년 투병했던 어머니 비로소 이해

10년 전 세상을 떠난 최씨의 어머니도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았다. “긴 간병에 지쳐 때로는 어머니를 미워하기도 했죠. 이제 어머니의 처지가 되고 나니 얼마나 힘드셨을지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그는 울음을 삼키며 말했다. “어머니의 죽음과 사업 실패 이후 2011년 미국 댈러스로 이주했는데 2013년 수영을 하다가 다리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더군요. 수영장에서 나와 제자리에서 뛰어 봤는데 두 다리가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어요. 파킨슨병임을 직감했죠.”

미국에서는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데만 4000만원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2014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의료비가 부담돼 가족은 미국에 두고 혼자 한국에 왔습니다. 파킨슨병 확진을 받았는데 정작 결과를 듣고 나니 담담하더군요.”

그는 고향인 광주에 터를 잡았다.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아 친지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교회 주보에 시를 한 편 썼는데 다른 신도들에게 좋은 평을 들었고, 한 신도가 문학 동아리를 소개했다.

●“환우들에게 희망 되고 싶어”

2014년 연말 문학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매일 10시간씩 글쓰기에 매달렸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속에 꽉 차 있었어요. 그것들을 진솔하게 풀어내고 싶었죠.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느꼈던 서글픔과 아픔, 병과 싸우면서 느낀 감정 같은 것들이었어요.”

최씨는 2015년 2월 수필 ‘그랑께 어째서’로 월간 문학공간 신인문학상에 당선됐다. 지난 8월에는 수필집 ‘그곳 봄은 맛있었다’도 출간했다.

“같은 병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글을 쓸 수 있어요. 다른 누군가는 그림에 소질이 있을 겁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마세요.”

강신 기자 x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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