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손에 손잡고∼ 멜로디, 벼락치듯 떠올라.. 미친듯 녹음실 달려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암로 ‘2016 뮤콘’ 행사장에서 만난 이탈리아 작곡가 조르조 모로데르. ‘손에 손잡고’로 유명한 그는 “K팝,K패션이 세계로 뻗어가는 지금 상황이 놀랍고 반갑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1988년 이후 28년 만의 공식 방한. 그와의 만남은 자연스레 ‘손에 손잡고’의 작곡 과정을 직접 듣는 첫 인터뷰가 됐다. “미국 음반사에서 (서울 올림픽 주제가 작곡) 제안을 받은 뒤 한국 전통음악을 파고들었어요. 1987년에 서울에 와 전통 타악기 학원을 방문한 게 기억나요. 커다란 북에서 나오는 음향은 처음 들어보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소리였죠. ‘이걸 반드시 넣어야겠다!’ 독일 뮌헨, 미국 로스앤젤레스, 서울에서 동시에 녹음을 진행한 크고 복잡한 프로젝트였어요.”
서울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모로데르는 한국 전통 북과 ‘손에 손잡고’의 어우러짐을 현장에서 보고 형언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그가 가장 먼저 지은 멜로디는 ‘손에 손잡고/벽을 넘어서’ 부분. “로스앤젤레스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 벼락처럼 그 멜로디가 생각났어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죠. 제 음악 인생에서 유일하게 피아노 앞이 아닌 데서 만든 선율이거든요. 아무 종잇조각이나 꺼내 악보를 그린 다음 미친놈처럼 녹음실로 달려갔죠. 잊어버릴까 두려워서요.”
뮌헨에서 녹음을 마친 코리아나 멤버들을 이탈리아 밀라노의 아르마니에게 데려간 것도 모로데르였다. “아르마니는 저와 함께 1986 서울 아시아경기 영상을 본 뒤 ‘영상 속 서울은 색채가 넘치니 역으로 흑백(의상)을 택하고 싶다’고 했죠.”
그에게 한국 문화는 ‘손에 손잡고’ 때문에 파고든 국악이 전부였다. 적어도 몇 년 전까지는. “한국 올림픽조직위원회의 특별한 부탁으로 노래 말미의 ‘Hand in Hand’를 막판에 ‘Arirang’으로 바꿨던 게 기억나는데, 글쎄, 제가 요즘 일주일에 두세 번은 이탈리아 집에서 아리랑TV를 시청해요. K스타일, K패션, K팝이 너무 재밌어서요. 아티스트인 27세의 아들도 K팝 팬이고요.”
모로데르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듣다 내가 1970, 80년대에 즐겨 쓴 것과 똑같은 신시사이저가 등장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Take My Breath Away’의 주제부를 연주한 바로 그 악기거든요. ‘탑건’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가 보여준 톰 크루즈의 오토바이 영상을 보고 만든 그 멜로디….”
모로데르는 1970년대 신시사이저 활용법을 혁신해 현대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아버지가 됐다. 하지만 명예의 전당에서 쉬는 대신 나이와 은퇴 모두 버렸다.
“몇 년 전 에이블톤 라이브(21세기 디지털 작·편곡 소프트웨어)를 독학해 지금은 DJ로서 재미나게 세계를 돕니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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