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교도소 외국인죄수들 보듬는 '한인천사'

2016. 9. 3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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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적 김창민씨, 2년간 옥중면회.. 수감자 편지 폰으로 찍어 가족에 전달답장도 전해줘 사랑의 메신저로 통해
[동아일보]
김창민 씨가 27일 면회한 이집트 카나테르 교도소 여성 수감자 마가레트와 사라(이상 가명)로부터 ‘가족에게 꼭 전해 달라’고 부탁받은 손편지 여러 장을 펼쳐 보여주고 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집트 카이로에서 북쪽으로 30km 떨어진 카나테르 교도소에 수감된 외국인 죄수들은 매주 화요일이면 ‘한국에서 온 천사’를 기다린다. 생면부지의 다양한 외국인 죄수를 돌아가면서 면회하는 미국 국적 한국인 김창민 선교사(60) 이야기다.

 기자는 27일 김 씨의 옥중 면회에 동행해 외국인 수감자를 함께 만났다. 살인, 절도, 마약 밀반입 등 중범죄를 저지른 남성 400여 명, 여성 300여 명이 수감 중인 카나테르 교도소는 총을 든 군인이 삼엄한 표정으로 검은 철문을 지키고 있었다.

 100명가량 수용 가능한 면회대기실에는 미국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다양한 국적의 면회객이 모여들었다. 김 씨는 2년 동안 매주 화요일 교도소를 찾다 보니 면회객의 사연을 훤하게 꿰뚫고 있었다.  김 씨가 이날 면회한 수감자는 볼리비아 출신 40대 여성 마가레트와 사라(이상 가명)였다. 볼리비아에서 옷 장사를 하던 이들은 도매 거래처인 브라질에 갔다가 “이집트에 마약을 배달해주면 5000달러를 주겠다”는 브로커의 유혹에 넘어가 이집트행 비행기를 탔다가 공항에서 체포됐다. 스페인어로 한창 근황을 나누던 마가레트는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 6장을 김 씨에게 건네며 고향의 가족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 씨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편지를 찍어 가족에게 보내주고, 답장이 오면 다음 면회 때 수감자에게 전해주는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마가레트가 볼리비아에 있는 13세 딸에게 쓴 편지에는 색연필로 칠한 나비 그림에 ‘우리 공주님 ○○(딸 이름)에게’ ‘엄마는 우리 딸을 사랑해’ 등의 스페인어가 적혀 있었다. 마가레트의 딸은 엄마가 이집트 감옥에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른다. 마가레트는 유죄 확정 판결이 나면 딸에게 진실을 말해주려 했다. 하지만 스페인어 통역이 없어 재판 진행이 안 된다는 이유로 체포된 지 2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 형 선고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사정을 딱하게 여긴 김 씨가 주이집트 볼리비아대사관을 찾아가 이들의 사연을 설명하고 스페인어가 가능한 변호사 지원을 요청했지만 자국에 금전적 여유가 없어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집트는 마약 1kg 이상을 밀반입한 피고인이 제대로 된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종신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30분 동안의 면회를 마치면서 마가레트와 사라는 김 씨와 기자의 손을 꼭 붙들었다.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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