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에게 무료 영어 가르치는 하버드大 출신 미국인
‘TNKR’는 탈북 뒤 남한에 온 새터민들에게 영어를 무료로 가르쳐 주는 비영리 교육기관이다. 운영 자금은 100% 후원금으로 마련하고, 영어를 가르쳐 주는 원어민 멘토는 모두 자원봉사자다. 운영이 될까 싶지만 2013년 3월 처음 만들어진 후 지금까지 새터민 250여 명이 영어 교육을 받았고 외국인 자원봉사자도 440여 명이 참여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독막로 TNKR 사무실에서 만난 라티그 씨는 “새터민은 계속 찾아오는데 자원봉사자가 부족해 지금도 새터민 90여 명 정도가 원어민 멘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 방식은 모두 ‘학생’인 새터민이 결정한다. 새터민은 자기를 가르쳐 줄 원어민 멘토를 자기가 직접 정한다. 공부할 교재나 수업 방식도 ‘학생 새터민’이 직접 결정하고, 원어민 강사가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강사를 교체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을 만든 라티그 씨는 “새터민들이 큰 기관의 교육 방침을 따라가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후반에 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러 한국에 온 적이 있는 라티그 씨는 2010년 다시 한국을 찾았다. 처음엔 저소득층 교육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다 북한의 실상을 담은 자료를 읽은 뒤부터 탈북자와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12년 2월 탈북자 31명이 중국에서 체포된 뒤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을 때는 아는 외국인들을 불러 모아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77일 동안 강제 송환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명문대 출신 외국인이 한국에서 소위 ‘돈벌이도 안 되는 일’을 하다 보니 일부에서는 그에게 의심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라티그 씨는 “내 연구 분야인 ‘자유로운 교육’이 새터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것을 보는 게 최고의 보람”이라며 “미국에서는 안정된 삶이 보장되겠지만 지금 이 일이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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