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에게 받은 상, 내 생애 최고 보람"

백수진 기자 입력 2016. 9. 23. 03:04 수정 2016. 9. 2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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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성 교육 책으로 화제 권영애씨 모두가 포기한 아이 변화시킨 이야기.. 학생들에 '우주 최고 선생님 상' 받아 "눈빛·말투 등 모든 게 교육과정"

"선생님, 저는 오늘 '명예'를 지켜보겠어요. 장애가 있는 친구를 돕는 아이들을 보면서 명예롭다고 생각했어요."

경기 용인 손곡초등학교 권영애(49) 교사가 담임하는 반 아이들의 아침 인사다. 매일 아침 줄을 서서 한 명씩 오늘 자신이 지킬 '미덕'을 얘기한다. 권 교사는 2001년부터 아동 심리를 공부하면서 인성 교육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왔다. 단계별 EQ 향상 프로그램 등 우수모델을 개발해 교육부장관상도 세 차례 받았다.

최근엔 23년 교직 생활을 담은 '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이라는 책을 냈다. 무명작가의 첫 책이지만 3주 만에 3쇄를 찍었다. 말썽쟁이·왕따 아이들을 변화시킨 이야기가 감동적이라는 평이다. 지난 20일 용인에서 만난 권 교사는 "매년 초 '가장 힘든 아이를 달라'고 기도하고 전교 왕따나 ADHD(주의력결핍 행동 장애) 아동을 맡겠다고 나선 적도 많다"며 "1년에 가장 힘든 아이 다섯 명, 20년 동안 백 명의 인생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는.

"4년 내내 전교 왕따였던 경진이(가명). 처음 봤을 때 '죽은 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멸시에 익숙해져 친구들이 괴롭혀도 표정 변화가 없었다. 수업시간 내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그림만 그렸다. 심리 검사를 권하자 '왜 이상한 애 취급하냐'는 부모를 울면서 설득했다. 반 친구들을 경진이의 상담 멘토, 학습 멘토로 정해 끊임없이 칭찬을 해줬다. 친구를 변화시키는 기쁨을 맛보게 하기 위해서였다."

―변화가 일어났나?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평균 10점이었던 성적이 2학기 말엔 70점까지 올랐다. 한번 성취감을 느끼자 경진이의 멘토를 자원하는 아이들도 늘었다. 연말에 반 아이들이 '위 선생님은 4년 동안 모든 선생님이 포기한 아이를 성장시켰다'면서 우주 최고 선생님 상을 줬다. 평생 받은 상 중 가장 의미 있는 상이었다."

―주변에 경진이 같은 아이가 있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

"남들 앞에서 야단치면 안 된다. 한번 수치심을 느끼면 자신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얘기하지 않는다. 수치심이 아닌 양심을 깨워야 한다. 한 아이가 급우를 괴롭혔다면 반 아이들 앞에서 '아직 네 안에 있는 친절과 배려가 깨어나지 않아서 그렇다. 곧 그것들을 깨워낼 거라 믿는다'고 말한다."

―다 커버린 아이에게도 통할까.

"수업시간 내내 떠드는 아이에게 '나는 너를 믿는다'고 두 달 동안 매일 반복했다. 한 달쯤 지나자 얘가 슬슬 변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웃음). 나중엔 내 칭찬을 받기 위해 하루하루 달라진 모습을 보이더라.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을 배신하긴 어렵다."

―언제부터 인성 교육에 관심을 가졌나?

"우연히 간 감수성 훈련 프로그램에서 공감력이 부족한 나 자신을 발견했다. 교과지도서에 적힌 교육과정에만 매몰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MBTI 전문가, 부모교육 훈련, 비폭력대화 전문과정 등을 하나씩 듣기 시작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심리학 석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아이를 낳게 돼 중간에 관두기도 했다. 대신 우리 반 아이들을 연구해 논문을 써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평일엔 아이들과, 토요일엔 학부모 상담을 하면서 제일 꼴찌로 퇴근하는 선생님이 됐다. 전국 단위 연구대회에서 '감동 어린 연구'라는 평을 받고 부총리상까지 탔다."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다른 일에 치여 '아이 돌볼 시간이 없다' '짜증을 내게 된다'는 하소연을 자주 듣는다. 부모든 교사든 가르치는 사람의 눈빛, 말투, 몸짓이 다 교육과정이다. 나 스스로 좋은 사람, 행복한 사람이 돼야 앞에 있는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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