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카를로발레단 안재용 "마이요에게 단번에 OK 받았죠"

2016. 9. 1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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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첫해 '로미오와 줄리엣'서 중요 조역..내달부터 새 시즌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졸업하고 모나코 몬테카를로발레단에 입단한 발레리노 안재용.

입단 첫해 '로미오와 줄리엣'서 중요 조역…내달부터 새 시즌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동경하던 천재 안무가 마이요에게 뽑혀 첫해부터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기분은 말로 다 못해요. 선배들이 길을 잘 닦아주셔서 좋은 출발을 했으니 제가 앞으로 더 잘해야죠."

발레 본고장 유럽에서 맹활약하는 한국 무용수들이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최근 모나코에서도 한국인 발레 무용수가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졸업한 발레리노 안재용(22)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5월 몬테카를로발레단에 들어간 지 두 달 만인 7월 말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중요 조역인 '패리스 백작'을 맡았다.

몬테카를로발레단은 프랑스 출신의 거장 안무가 장-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곳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은 마이요의 대표작 중 하나다.

'패리스'는 줄리엣의 원래 약혼자인데 마이요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원작 희곡에서보다 비중이 더 크다.

정단원 가운데 가장 아래 등급인 코르드발레(군무)로는 이례적으로 입단 첫해부터 주요 배역을 연기하며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안재용을 최근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2월 한예종 졸업을 앞두고 해외 여러 발레단에 입단을 타진하다 몬테카를로발레단으로부터 오디션을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1월 말 모나코로 날아갔다. 발레를 시작한 고교 시절에 매료됐던 '신데렐라'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안무가인 마이요가 이끄는 발레단인 만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백조의 호수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 같은 고전 발레만 생각하고 갔다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실생활에서 보이는 동작이 들어가 어떻게 보면 마임 같기도 하고 의상과 무대도 독특했어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사실적인 해석이 너무나 좋았어요.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고 '정말 천재구나' 싶었죠."

[김윤식, Alice Blangero 촬영 및 제공]

오디션을 떠나서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마이요는 정작 회의 때문에 오디션장에는 없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안재용의 오디션 영상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그를 불러 계약서를 내밀었다.

안재용은 "보통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어서 한국에 돌아간 뒤 이메일로나 연락을 받을 줄 알았는데 두 시간쯤 뒤에 마이요가 자기 방으로 불러서 바로 계약서를 주고 사인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러고는 발레단 사람들에게 '우리 새 식구'(my new boy)라고 소개하는데 정말 짜릿했어요."

보통 유럽 발레단들은 새 시즌이 시작하는 9월 즈음에 신입 단원을 합류시키지만 안재용은 그보다 이른 5월부터 정식 단원이 됐다.

이 발레단의 유일한 한국인 단원이 된 그는 '백조의 호수'에서 사냥꾼 역 등 군무진이 맡는 역할을 맡으며 한두 시즌을 보낼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더 일찍 기회가 찾아왔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다고 해서 당연히 코르드발레 순서를 외웠는데 갑자기 패리스 역 리허설을 시키더니 배역을 주더라고요. 모나코를 대표하는 극장인 살 가르니에에서 춤을 추면서도 '내가 여기에서 공연하고 있는 게 맞나' 싶었어요."

시즌 마지막 공연이던 '로미오와 줄리엣' 헝가리 투어 뒤에는 마이요 예술감독으로부터 '잘 뽑았다'는 칭찬도 들었다고 한다.

"제가 무대에서 태도가 좋고 지적받은 부분은 바로 반영하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하더라고요. 인정받았구나 싶어서 감격스러웠지요."

안재용은 프로 무용수로서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딜 수 있었던 것이 앞서 유럽 무대에 진출한 선배들 덕분이라고 했다.

"선배들이 거의 각국에 한 분씩 있는데 다들 뛰어난 실력에 솔리스트 이상으로 활동하면서 이미지를 좋게 심어줘서 오디션 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몬테카를로에서도 한국 출신이라고 하니까 김용걸 선생님이나 최태지 선생님 안부를 물으며 환대해줘서 앞으로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졸업하고 모나코 몬테카를로발레단에 입단한 안재용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발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럽에서 순조롭게 첫발을 내디딘 안재용은 남들보다 늦은 고교 시절에 발레를 시작했다. 스노보드 선수를 꿈꾸던 소년은 성악을 전공하던 누나가 '키가 커서 무용 하면 멋있겠다'는 말을 던질 때만 해도 '남자가 무슨 타이츠를 입느냐'고 반발하다 의외의 '낚시'에 걸려들었다.

"방학 때 놀고 있으려니 누나가 영화 '백야' DVD를 보라고 던져주더라고요. 아무 생각 없이 틀었는데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모습이 너무나 멋진 거예요. 저게 발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더라고요."

시작은 늦었지만 좋은 체격과 운동신경, 연습으로 빠르게 발레에 적응한 그는 2013년 프랑스 그라스 무용 콩쿠르 심사위원 특별상, 2014년 코리아국제무용콩쿠르 발레 시니어 남자 부문 특별상, 지난해 한국발레협회상 신인상 등을 받으며 촉망받는 발레리노로 거듭났다.

안재용은 내달 중국 투어 때 올리는 마이요 안무의 '꿈'(Le Songe)으로 새 시즌에 나선다. 캐스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욕심내지 않고 차근차근 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마이요 작품은 캐릭터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표현해서 매력적이에요. 최대한 여러 작품, 여러 캐릭터를 해 보고 싶어요. 하나하나 경험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어릴 때 꿈꾸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도 연기할 수 있겠죠."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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