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권씨 "심장병 환자들이 잃은 미소 찾아주고싶어"

입력 2016. 9. 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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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입원 이태권씨.. 이식희망 담아 동료 초상화 그려줘
[동아일보]
자신도 심장병 환자인 이태권 씨는 심장을 기증해줄 뇌사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말기 심장병 환자들의 초상화를 그려 주고 있다. 그는 “환자들이 희망
을 찾을 수 있도록 밝고 명랑한 모습을 그린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144병동 39호실은 말기 심장병 환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병실’이다. 이 병실에 입원한 이태권 씨(63)가 그려주는 초상화에 환자들은 누구나 활짝 웃는다. 말기 심장병 환자는 기증하겠다는 뇌사자가 나올 때까지 기약 없이 심장 기증을 기다려야 한다. 희망보다는 절망에 서 있다. 그렇다 보니 웃을 일이 없다. ‘이렇게 살아야 하나’란 생각에 심한 우울증을 느끼기도 한다. 이 씨도 그랬다. 그가 이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주기 위해 나선 이유다.

30년 가까이 벽돌공장 일을 했던 이 씨도 말기 심장병 환자였다. 지난해 10월 기적적으로 심장 이식을 받았지만 다른 장기에 이상이 생겨 8월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야 했다. 평생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던 그는 병원 바닥에서 우연히 주운 4B연필로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한 환자의 초상화를 그려줬는데 너무 좋아하는 것을 보고 본격적으로 그려주기 시작했다.

이 씨는 밝고 희망찬 얼굴을 그린다. 야윈 얼굴에 살을 채우고 정면을 향해 환히 웃는 모습으로 그린다. 살아있다는 게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는 “심장 이식 대기가 길어질수록 환자들의 얼굴엔 불안과 좌절이 드리워져 있다. 철창 없는 감옥인 병원에 갇혀 거울도 보지 않는 환자들에게 원래 자신이 얼마나 예쁘게 웃는 사람인지 그림으로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 달 동안 이 씨가 그린 초상화는 70여 점. 144병동에 소문이 나면서 초상화를 그려 달라는 환자가 부쩍 늘어났다. 이 씨의 초상화를 받아든 환자들은 “곧 기증자가 나타날 것만 같다”며 좋아했다. 절망 속에 살던 환자들에게 이 씨가 그려준 ‘건강한 초상화’는 희망이자 부적이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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