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의 남자 되는 게 부담스러운가요? 소개팅도 안 들어와"

입력 2016. 9. 7. 03:04 수정 2016. 9. 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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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女골프 금메달 이끈 박세리 감독
[동아일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골프 대표팀 감독을 맡아 박인비의 금메달을 이끌었던 박세리가 5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단정하게 가다듬은 헤어스타일이 가볍게만 보였다. 5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박세리(39)였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여자 골프 대표팀 감독으로 출전했던 그는 “올림픽 때문에 한 달 넘게 못 간 미장원에 들렀다 오느라 늦었다. 좀 젊게 보이느냐”며 웃었다. 요즘 그의 인기는 박인비 못지않다.

지난달 말 귀국 후 처음 인터뷰에 나선 그는 “지도자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건 큰 행운이다. 최고의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 덕분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숱한 우승을 하며 열렬한 환영을 받았지만 올림픽만큼은 아니었다. 선수 때 받은 축하는 지극히 개인적이었던 반면 국가를 대표했던 이번은 축하의 차원이 달랐다. 리우의 쾌거가 한국 골프 재도약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세리가 리우 올림픽에서 박인비와 껴안으며 눈물을 쏟던 모습은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올림픽 출전 과정에서 인비가 어떤 고생을 했는지 잘 알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나 역시 바닥을 헤매던 시절을 겪어 그 마음이 이해됐다.”

박세리는 올림픽 기간에 선수들을 정성껏 뒷바라지해 화제가 됐다. 리우에서 그는 매일 숙소 앞 대형 마트에서 직접 장을 봐 음식과 간식을 만들어 선수들에게 줬다. 요리는 언제 배웠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미국에 오래 있다 보면 어지간한 찌개와 국은 끓일 줄 알게 된다. ‘엄마 리더십’이라고 한 건 과찬이다. 큰 대회를 앞두고 잘 먹어야 힘도 쓴다. 나도 그랬다”고 대답했다.

7월 US여자오픈 출전을 끝으로 은퇴한 박세리는 30일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을 주최한 뒤 10월 LPGA투어 대회인 인천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은퇴식을 치른다. 두 대회 모두 출전하지 않기로 한 박세리는 “내가 나서면 다른 선수 한 명이 못 뛴다. 후배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얼마 전 부모님이 사는 대전의 아파트 같은 동에 둥지를 마련했다. “그동안 여행 한번 제대로 간 적이 없다. 선수 때 전 세계를 돌아다녔어도 늘 짐을 싸고 다음 대회 장소로 떠나기 바쁘다 보니 불안감까지 생겼다. 이젠 느긋하게 어디 구경이라도 가고 싶다.”

4년 뒤 도쿄 올림픽에서도 감독이 되고 싶으냐고 묻자 그는 “이번 성적이 좋아서 내 후임 감독에게 부담을 줄 것 같으니 내가 하는 게 낫지 않을까(웃음). 대표팀 감독이라는 게 하고 싶다고 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박 감독이라는 호칭은 좋더라”며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내년이면 어느새 마흔이 되는 박세리. 나이를 거론했더니 그는 “또 결혼 얘기 하려는 거냐.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좀 해 달라. 요즘은 소개팅도 잘 안 된다. 박세리의 남자가 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긴 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세리는 40세를 골프로 치면 전반을 마치고 그늘집에서 후반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비유했다.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제2의 세리, 인비가 나와야 한다. 골프 아카데미를 열기 위해 최적의 장소를 찾고 있다. 후배들에게 든든한 우산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골프로 치면 그립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할까. 두렵기도 하지만 올림픽을 통해 자신감이라는 큰 수확을 얻었다.” 힘차게 미래를 향한 청사진을 밝히는 박세리의 목에는 보이지 않는 금메달이 걸려 있는 듯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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