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만난 '기름쟁이' 자동차 '명장' 되다

이동현 2016. 9. 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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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업계 유일한 '명장' 장성택해외 근무하며 자동차 정비 섭렵4개 기술분야 타이틀 모두 보유
수입차 업계 최초로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된 장성택 BMW 드라이빙 센터장이 지난달 31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 내 정비공간에서 엔진을 수리하고 있다. 장 센터장은 자동차 기술계의 ‘그랜드 슬램’으로 불리는 기능장·기술사·기능한국인·대한민국 명장 칭호를 모두 얻은 수입차 업계 최초 엔지니어다. [사진 BMW코리아]
50여 년 전. 경북 경주 시골마을에 이상한 소년이 있었다. 산판을 오르내리는 ‘지에무시’(GMC의 일본식 발음) 트럭을 바라보던 소년은 운전기사가 냇가에 차를 세우자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리곤 입고 있던 나일론 셔츠를 벗어 바퀴에 묻은 흙을 닦기 시작했다. 광이 나도록 닦은 뒤에야 소년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트럭으로 돌아온 기사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반세기가 흐른 뒤 소년은 ‘대한민국 명장(名匠)’의 칭호를 얻었다. 기술 분야 ‘그랜드 슬램’으로 불리는 기능장·기술사·기능한국인·대한민국 명장을 모두 보유하게 된 장성택(54) BMW코리아 상무 얘기다.

지난달 31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장 상무를 만났다. 그는 2013년부터 센터장을 맡아 국내 최초의 종합 자동차 문화시설인 BMW 드라이빙센터 운영을 맡고 있다. 이틀 전 그는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대한민국 명장’이 됐다. 자동차 분야의 ‘대한민국 명장’은 모두 13명. 수입차 업계에선 그가 유일하다. 그는 “기쁨은 잠시지만 책임은 무겁다”고 했다. 엔지니어로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자리에 올랐지만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 무슨 역할을 해야 할지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1982년 국립중앙직업훈련원(현 한국폴리텍II 대학)을 졸업한 뒤 현대자동차에 입사했지만 엔지니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높지 않았다. 장 상무는 ‘기름쟁이’의 한계를 벗어나려 영어공부에 매달렸다. “중학교 때 선생님께서 ‘준비된 건 쓰이기 마련이다’고 말씀하셨던 게 생각이 나서 무작정 공부했는데 어느 날 해외 파견자 모집 공고가 나더군요.”

중동과 동남아를 돌아다니며 수출차량의 기술문제를 해결하고 현지 정비사들을 교육했다. 틈틈이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고 자격증도 취득했다.

95년 BMW코리아 설립은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세계 최고 자동차 회사라고 생각했던 BMW의 지사 설립 소식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원했다. “영어로 된 정비 매뉴얼을 공부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나 테크니컬 트레이닝 아카데미를 만들었어요. 본사 사내 기술자격 제도를 본 따 5가지 등급의 기술능력 자격증도 부여했지요.”

또 다른 도전은 2006년에 찾아왔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이 ‘한국판 벨트(WELT)’ 프로젝트를 맡긴 것이다. ‘벨트’는 독일 뮌헨 BMW본사에 있는 종합 자동차 문화시설이다. “본사에선 작은 한국시장에 드라이빙센터가 웬 말이냐며 난색을 표했죠. 김효준 사장과 함께 본사 이사회 멤버들을 대형마트 시식코너에 데려가 “한국 고객들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설득했습니다.”

장 상무의 다음 목표는 독일 본사처럼 구매고객이 드라이빙센터에서 신차를 직접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벨트’는 멋진 곳이지만 나오자마자 도심이어서 차가 막혀요. 여긴 얼마나 좋습니까. 새 차를 받아 서킷을 주행하고 쭉 뻗은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으니까요.”

인천=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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