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연봉 박차고 장애인 사진관.. "욕심 버리니 인생 2막 행복"
연봉을 수억 원씩 받던 글로벌 기업 임원은 작은 사진관 주인이 된 뒤 더욱 행복해졌다.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종민 바라봄 사진관 대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그는 서울 마포구에서 국내 최초의 장애인 사진관인 ‘바라봄 사진관’을 운영하는 나종민 대표(53)다. 이른 은퇴 후 그는 갑자기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 평소 관심이 많던 사진을 배웠고 사진 실력이 쌓이자 장애인을 위해 사진을 찍어주는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진은 그저 취미였다. 그러다 장애인 체육대회장에서 만난 뇌병변 장애인 어머니와의 대화를 계기로 사진관 ‘사장’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저, 혹시 사진관에서 나오셨나요?” “아니요. 재능기부로 사진 봉사 나왔습니다.” “그러시구나. 혹시 사진관에서 나오셨으면 아이 데리고 가족사진 찍으러 가려고 했거든요….”
나 대표는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중증장애인은 가만히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는 게 힘들어 변변한 가족사진 한 장 갖기 어렵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2011년 ‘바라봄 사진관’이 문을 열었다. 나 대표는 일반인 고객이 사진을 찍으면 그 비용으로 장애인, 미혼모, 소외계층의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원플러스원 프로젝트’와 한 달에 한 가족을 선정해 인근 미용실, 음식점과 함께 머리 손질부터 식사, 가족사진 촬영까지 무료로 지원하는 ‘오로라 프로젝트’ 등을 통해 소외된 이웃을 돕고 있다. 올 4월부터는 미용실, 정장 대여업체와 손잡고 가난한 취업준비생을 위해 1만 원으로 머리 손질부터 사진 촬영까지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지만 ‘바라봄 사진관’의 경영 상태는 좋은 편이다. 월 1000만 원 가까운 수입을 통해 임대료, 직원 월급, 활동비 등을 충당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내는 사진 촬영비와 기업에서 의뢰하는 출장 촬영비, 나 대표의 지인이 매달 내는 후원금이 주 수입원이다.
그는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만 버리면 충분히 수익을 남기며 회사를 꾸릴 수 있다”며 “수익은 개인이 가져가거나 다시 좋은 일을 위해 써도 되지만, 중요한 건 비영리 민간단체가 살아남아 사회에 계속 보탬이 되려면 수익을 내 회사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나 대표는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 누구나 퇴직 후에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회에 도움을 주는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 물질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게 조건이다. 퇴직하고 다시 큰돈을 벌겠다고 자영업을 시작했다가 돈을 날리는 것보다 한 달에 100만 원을 벌어도 10년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낫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직장에 남아 있는 중장년층은 그 자체로 능력이 검증된 사람들이에요. 회사 나와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관심을 가지면 다 밥은 먹고살 수 있는 능력이 있답니다. 은퇴 뒤 돈 있으면 골프 치고 돈 없으면 등산하는 거 지겹잖아요. 지금까지 돈 버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론 사회적 경제 발전을 시키는 데 저 같은 베이비붐 세대가 일조할 때입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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