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세에 학사모 쓰고 자서전 준비하는 전몰군경 미망인 대모

2016. 8. 2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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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단 여사..전쟁으로 학업중단, 8년여 만에 중·고교 거쳐 대학까지 졸업
안목단(84) 여사가 자서전 기초자료인 일기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2016.8.22. duck@yna.co.kr

안목단 여사…전쟁으로 학업중단, 8년여 만에 중·고교 거쳐 대학까지 졸업

(경산=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대학에서는 개근상이 없다고 해 아쉽지만, 대학을 졸업했으니 이제 자서전을 써야죠"

한국전쟁 때문에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한 한 만학도가 자서전을 쓰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다시 시작한 지 8년여 만에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까지 졸업해 화제다.

주인공은 22일 영남대 학위수여식에서 국어국문학 학사 학위를 받은 안목단(84·호적 나이 81세) 여사.

경북 포항 출신인 안 여사는 초등학교 때 1등을 놓치지 않아 동네에서 수재로 불렸지만,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한국전쟁이 발발해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뚜렷한 직업 없이 지내던 안 여사는 23살 되던 해 육군 소령이던 남편(당시 32세)과 결혼했다.

그러나 단란한 가정을 꾸린 지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남편이 경북 영천지역 공비 토벌작전에 나섰다가 순직하는 청천벽력같은 시련이 다가왔다.

보훈청에 일자리를 얻었으나 유복자인 막내를 포함해 혼자서 1남 2녀를 키우기는 녹록지 않았다. 마땅히 돌봐줄 사람이 없을 때는 아이들을 책상에 묶어두고 출근했다고 한다.

일하는 동안 전몰군경 미망인들이 자활 의지를 다지기보다 국가 지원만 쳐다봐야 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안 여사는 1972년 육영수 여사에게 자활시설이 필요하다는 편지를 썼다.

대통령 내외가 참여한 모금운동으로 120만원을 모은 그는 대구 수성구 파동에 미망인을 위한 군납용 봉제업체를 설립했다.

초창기 30여명이던 근로자 수가 한때 300여명에 이르고 연간 매출 110억원을 올린 적도 있었다. 수익금은 전쟁미망인 가정 자녀 장학금 등 각종 복지사업에 썼다.

전몰군경미망인회 중앙회장, 한국부녀복지연합회장을 역임한 그는 일선에서 물러나 연합회 고문직만 맡고 있다.

시련을 딛고 일어서 전몰군경 미망인 대모 역할을 마다치 않고 활발하게 살아온 안 여사에게는 인생역정을 책으로 남기고 싶은 꿈이 생겼다.

꿈을 실현하려면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던 중 만학도를 위한 중·고등학교가 있다는 말을 듣고 주저 없이 학업을 다시 시작했다.

"이제 자서전 쓸 수 있겠죠!" (경산=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한국전쟁 때문에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던 안목단(84)여사가 '자서전을 쓰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다시 시작한 지 8년여 만에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까지 모두 졸업해 화제다. 2016.8.22. duck@yna.co.kr

2008년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 있는 6년 과정 한남 중·미용정보고등학교에 입학해 4년 만에 졸업장을 땄다.

2012년 영남대 국어국문과 수시모집 만학도 전형에 지원해 당당히 합격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하철을 타고 등·하교하면서 단 한 차례 수업을 빠뜨린 적이 없다고 그는 4년여 대학생활을 전했다.

졸업을 위해 한자능력검정시험 3급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는 쉴 틈 없이 공부해 1학년 때 시험을 통과했다.

2학년 때는 젊은이도 쉽지 않은 2급 자격증까지 따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엿하게 대학을 졸업하게 된 안 여사는 어린 시절부터 꼼꼼히 써온 일기를 간추려 자서전을 쓸 계획이다.

초등학생 때 쓴 일기는 전쟁 통에 집에 불이 나 모두 타버렸지만 늘 일기 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안 여사는 대학원에도 진학할 계획이다.

후배에게 해줄 이야기가 있느냐는 물음에 "수업 중 강의실에서 엎드려 자는 학생들은 부모가 학비를 벌려고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가난 때문에 공부할 수 없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d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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