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이 맺어준 '보이지 않는 사랑'

2016. 8.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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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김동현-강시연씨 부부가끔 서로의 얼굴 궁금하면 손으로 쓰다듬어 마음으로 그려올해 딸 태어나.. 더 열심히 살것
[동아일보]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희망과 사랑을 주며 살아가는 김동현(오른쪽) 강시연 씨 부부와 그들의 사랑을 지탱해주는 가족인 안내견 몽실이(오른쪽)와 지미. 몽실이는 김 씨의 원래 안내견이었던 탄실이에 이어 올해 2월부터 동현 씨의 눈이 돼 주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상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마음으로 그릴 뿐이다. 남편 김동현 씨(31)는 태어난 직후 의료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아내 강시연 씨(31)는 고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앞을 못 보게 됐다. ‘보이지 않는 사랑’은 어떤 걸까. 시연 씨는 가끔 남편의 얼굴이 궁금하긴 해도 좋은 점이 많다고 했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마음이 편해요. 매순간 서로를 마음으로 이해하죠.”

시연 씨가 남편을 처음 만난 건 2009년 3월이다. 시연 씨가 일하던 전시장에 동현 씨가 입사했다. 그때만 해도 시연 씨는 사람 만나는 걸 꺼렸다. 사고로 시력을 잃은 후 마음의 문을 닫았다. 자신에게도 그리고 타인에게도.

그런 시연 씨에게 동현 씨가 다가섰다. 둘을 연결해준 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바로 동현 씨의 안내견 ‘탄실이’였다. 동현 씨는 2008년 3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탄실이와 만났다. 탄실이는 동현 씨의 의중을 아는 듯 시연 씨에게 살갑게 굴었다.

동현 씨는 시연 씨에게도 안내견 분양을 권했다. 시연 씨는 안내견 ‘지미’와 지내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지미는 24시간 시연 씨의 곁에 머물면서 친구가 돼줬다. 시연 씨는 지미를 귀여워하는 주변 사람들과도 쉽게 친해졌다. 동현 씨는 비로소 웃었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한다고 해도 결국 자신을 치료하는 건 자기 자신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그걸 깨닫길 바랐죠. 내 마음도 받아주길 바라면서요.”

2009년 10월 연인이 된 두 사람은 열심히 사랑했다. 그해 연말에는 안내견 2마리와 함께 여행도 떠났다. 시연 씨에겐 교통사고 후 처음 떠나는 여행이었다. 열심히 사랑한 끝에 2014년 5월 결혼했고, 올해 1월에 그토록 기다리던 딸 리하가 태어났다. 두 사람이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올해 2월 동현 씨는 8년 동안 생사고락을 같이한 탄실이가 은퇴하면서 이별을 해야 했다. 그 대신 ‘몽실이’가 그 자리를 채웠다. 주변에선 아이가 안내견과 지내는 걸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내견들은 리하와도 쉽게 친구가 됐다. 몽실이와 지미가 커다란 꼬리를 흔들면 울던 리하도 뚝 그친다. 동현 씨는 “오히려 리하가 안내견들 군기를 세게 잡지는 않을까 걱정”이라며 웃었다.

동현 씨와 시연 씨의 성격은 다르다. 동현 씨는 급하고 시연 씨는 차분하다. 신기하게도 둘은 “그래서 참 잘 맞는다”라고 말한다. 리하에게도 동현 씨는 ‘친구 같은 아빠’, 시연 씨는 ‘엄한 엄마’가 되겠다고 한다.

부부의 장애는 단점이 아니라 남들과 조금 다른 점일 뿐이다. 오히려 서로를 더욱 보듬고 더욱 열심히 사랑하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사랑이 보이지 않는 게 아니다. 그 사랑은 밝다. 아무리 밝아도 눈이 부시질 않으니 점점 더 밝을 것이라고 그들은 기대한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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