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김현아씨 미국 변호사 자격 취득 "나도 하면 된다고 수없이 되새겼죠."

글.사진=유영대 기자 2016. 8. 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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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네소타 로스쿨 졸업식 때 데이비드 위프먼 교수와 함께.
미국 미네소타 로스쿨 졸업장
미국 미네소타 주 변호사 자격증.

“약자를 정성껏 돌보는 인권 변호사가 되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걸어온 길이 힘든 길이었지만 도전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을 때는 굉장한 성취감이 들었습니다.”

미국 미네소타 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지난 5월 면허증을 받은 1급 시각장애인 김현아(32·여·울산 남구·사진)씨.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를 가진 김씨가 미국 변호사가 되기까지 가졌던 신념은 ‘나도 하면 된다’였다.

국내 선천성 시각장애인이 미국 로스쿨에 입학해 변호사 자격을 딴 것은 그가 처음이다.

9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그는 인권변호사와 법학교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은 괜찮았어요. 하지만 제가 힘들었던 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수없이 되새기고 그동안 돌봐주신 부모님과 주위 분들을 떠올렸지요. 기도도 많이 했고요.”

그는 초·중·고등학교 과정 12년을 부산맹학교에서 공부했다.

이후 공주대에 진학, 특수교육과 법학을 복수 전공하면서 장애인 교육과 인권에 관심을 두게 됐다.

2007년 미국 콜롬비아 칼리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며 미국 로스쿨 진학 준비를 시작했다.

“제가 어린 시절부터 법정 드라마를 좋아했어요. 그러다보니 법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고 대학교 2학년 때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습니다. 미국 변호사를 택한 것은 한국보다 좀더 인권이 발달하고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김씨의 도전은 녹록치 않았다. 무엇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교재를 구하기 어려웠다.

김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전문 교재가 부족해 부모님이 점자로 바꾸어 주셨다”며 “점자 번역비도 많이 들었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회적인 배려가 좀 아쉽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교육체계도 발목을 잡았다. 시각장애인이 다니는 맹학교에는 인문계 과정이 거의 없다.

주로 안마와 침술 위주로 교육하는 ‘실업계’이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이 대학에 가려면 별도로 공부를 해야 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로스쿨을 졸업할 수 있었다”는 그는 삼성 사회봉사단에서 학비를 지원받았고, 미네소타 로스쿨에서도 그에 대한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제 로스쿨에서 배운 지식과 세상을 보는 안목, 미국 로펌 인턴 및 조정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인권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어요. 좋은 변호사가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려요.”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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