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 보이나요? 다섯살 동심으로 살아요"

입력 2016. 8. 9. 03:02 수정 2016. 8. 9.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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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
[동아일보]
왼쪽 가슴에 침팬지 배지를 단 앤서니 브라운 씨는 전시장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 소리에 연방 “사랑스러워요!”를 외쳤다. 배경 그림은 작고 힘이 약해 자주 놀림받는 침팬지 윌리가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윌리와 구름 한 조각’의 한 장면.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40년 전 그림책을 만들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작업실에 갈 때마다 소풍 가는 기분이랍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 씨(70)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앤서니 브라운전: 행복한 미술관’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5일 그를 만났다.

○ 작업과 거리 두며 슬럼프 극복

그는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한 뒤 병원에서 해부도를 그리는 의학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다. 1976년 ‘거울 속으로’를 내며 데뷔한 그는 50여 편의 그림책을 펴냈다. 그중 ‘동물원’ ‘윌리의 신기한 모험’ ‘미술관에 간 윌리’ 등은 26개 언어로 번역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작품은 1982년 출간된 ‘고릴라’. 당시 그는 영국 동물원에서 방송국 촬영팀과 함께 고릴라 우리에 들어갔다 왼쪽 종아리를 물리기도 했다. 그는 “고릴라 우리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고릴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2000년 어린이문학계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은 그는 “작업할 때마다 사람들이 내 책을 좋아할까 늘 고민했는데, 옳다고 믿는 걸 인정받은 기분이어서 생애 최고의 감격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종종 슬럼프를 겪는다고 털어놓았다. “출판사와 계약은 했는데 어떻게 작업할지 몰라 길을 잃은 것 같을 때가 적지 않아요. 그럴 땐 다른 작가의 그림을 그려주면서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요.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아이디어가 떠오르지요.”

○ “다섯 살 어린이 마음으로 살아”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한 그는 특히 2011년 임진각을 방문한 기억을 잊지 못했다. “남북의 분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임진각은 늘 내 머릿속에 있어요. 남북한으로 한정 짓지 않더라도 평화를 주제로 한 그림책을 계속 구상하고 있죠.”

그는 한국 작가 중에서는 이수지(‘파도야 놀자’ ‘그림자놀이’), 김슬기 씨(‘딸기 한 알’)를 좋아한다고 했다. 좋은 그림책 작가가 되기 위한 요건을 물었다. “공룡이 유명해서, 고양이가 귀여워서 그리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는 요즘 남매가 숲에서 숨바꼭질하는 내용의 ‘히든(Hidden)’이라는 책을 만들고 있다. 나뭇가지 모양과 숲에 숨겨진 물건 등에 복선이 깔려 있다. 그는 “더 말하면 스포일러가 된다”라며 익살스럽게 눈을 찡긋거렸다.

그는 “한국 아이들이 공부에 짓눌려 있는데 영국 현실도 비슷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너무 일찍 어려운 책을 읽히고 공부만 시키면 아이들은 경쟁밖에 모르게 된다”며 “아이들은 노는 걸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길 때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는 모습이 아이 같았다. 나이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젊어 보였다. 비결이 궁금했다. “다섯 살 어린이의 마음을 유지하려 애써요. 제겐 꼭 필요한 일이죠.”(웃음)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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